코인 이야기를 듣다 보면 한 번쯤 이런 말을 만나죠. “그때 중국이 ICO를 금지했잖아.” “박상기의 난 때는 정말 난리였지.” 오래 투자한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이야기지만, 뒤늦게 들어온 사람에게는 이름부터 낯설어요.
이번에는 2017년 ICO 열풍부터 2018년 1월 한국의 규제 논란까지, 흐름을 이어서 살펴볼게요. 새로운 코인에 대한 기대가 커지던 시장에 정부의 경고가 들어왔고, 그 말 한마디에 가격이 크게 흔들리던 시기였어요.
1. 2017년, 아직 만들지 않은 서비스에도 돈이 몰렸어요
먼저 ICO부터 알아볼까요? ICO는 Initial Coin Offering의 줄임말이에요. 프로젝트가 토큰을 발행하고, 이를 판매해 개발이나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는 방식이죠.
예를 들어 어떤 팀이 “블록체인으로 게임 플랫폼을 만들겠습니다”라고 제안했다고 해볼게요. 계획을 담은 백서를 공개하고 토큰을 팔아요. 참여자는 서비스가 잘되면 토큰의 쓰임새와 가치도 커질 거라고 기대하면서 구매하는 거예요.
여기서 조심해서 볼 부분이 있어요. 토큰을 샀다고 회사의 주주가 되거나, 수익을 나눠 받을 권리가 자동으로 생기는 건 아니에요. 무엇을 살 수 있는 토큰인지, 어떤 권리가 있는지는 프로젝트마다 달랐어요. 멋진 백서와 실제로 작동하는 서비스 사이에도 거리가 있었고요.
이런 방식의 자금 모집이 커지면서 규제기관도 움직였어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17년 7월 25일 ‘The DAO’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해당 토큰이 증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어요. 이름에 코인이나 토큰이 붙었다고 증권법과 무관한 건 아니라는 뜻이었죠. 다만 모든 토큰을 한꺼번에 증권으로 판단한 것은 아니고, 구체적인 구조와 사실관계를 따져야 한다는 설명이었어요. SEC 발표 보기
2. 9월 4일, 중국이 ICO에 제동을 걸었어요
2017년 9월 4일, 중국 인민은행 등 7개 기관은 ICO를 통한 자금 모집을 중단하라는 공동 공고를 냈어요. 이미 자금을 모은 프로젝트에는 반환 등의 조치를 요구했고, 가상화폐 거래 플랫폼의 영업도 제한했어요. 시장이 크게 받아들일 만한 소식이었죠. 중국 당국 공동 공고
흔히 ‘중국 ICO 금지’라고 부르는 사건이 바로 이 발표예요. 나중에 나온 2021년 중국의 채굴 규제와는 시점도, 내용도 구분해서 봐야 해요.

위 차트에서 발표일인 9월 4일 종가는 4,498.25달러예요. 전날 종가 4,626.05달러보다 약 2.76% 낮았어요. 이후에도 가격이 흔들리는 모습이 보이죠.
다만 뒤이어 나타난 하락까지 모두 9월 4일 발표 하나로 설명하면 곤란해요. 차트는 뉴스가 나온 시점과 가격의 흐름을 함께 보여주는 자료예요. 그 뉴스가 하락의 몇 퍼센트를 만들었는지까지 알려주지는 않아요.
한국도 같은 달 움직였어요. 9월 29일 금융위원회는 관계기관 합동 TF 회의 결과를 통해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어요. 여기서도 ‘금지 방침 발표’와 ‘새로운 법률이 그날 제정됐다’는 말은 구분해야 해요. 금융위원회 당시 발표
3. 규제 소식이 나왔다고 열기가 바로 식지는 않았어요
지금 돌아보면 “그 정도 경고가 있었으면 시장이 바로 식었겠네?” 싶을 수 있어요. 하지만 당시 가격은 그렇게 단순하게 움직이지 않았어요.
같은 Coinbase BTC–USD 자료에서 2017년 12월 17일 종가는 19,378.99달러였어요. 9월의 규제 발표 이후에도 비트코인 가격은 훨씬 높은 곳까지 올라갔던 거예요. 물론 이 숫자는 한 거래소의 달러 가격이고, 당시 한국 거래소의 원화 가격과는 달라요.
이 장면이 흥미로운 이유는 규제가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에요. 시장에는 규제에 대한 걱정과 더 오를 거라는 기대가 동시에 있었기 때문이죠. ‘악재가 나왔다 → 그 뒤로 계속 하락했다’는 식으로 한 줄에 묶으면, 당시의 굴곡이 사라져 버려요.
4. 2018년 1월 11일, ‘박상기의 난’은 무슨 일이었을까요?
한국 투자자들이 ‘박상기의 난’이라고 부르는 사건은 2018년 1월 11일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의 발언에서 비롯됐어요. 공식 정책 이름은 아니고, 그날의 혼란을 가리키는 별칭이에요.
배경부터 조금 볼게요. 거래소 폐쇄 이야기가 이날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었어요. 이미 2017년 12월 28일 정부 특별대책 논의에서 거래소 폐쇄를 위한 입법 제안이 공개됐고, 실명 확인을 거치는 거래 방식도 추진되고 있었어요. 2017년 12월 28일 정부 브리핑
그러다 1월 11일 박 장관이 거래소 폐쇄를 목표로 한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불안이 커졌어요. 투자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떨어지는 것도 걱정인데, 거래 자체가 막히는 건가?”라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겠죠.
같은 날 청와대는 거래소 폐쇄가 법무부의 여러 방안 중 하나이고, 아직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고 설명했어요. 따라서 이날을 ‘정부가 거래소 폐쇄를 확정한 날’로 기억하면 사실과 달라요. 강경한 발언과 정부 내 조율 상황이 뒤섞이면서 시장이 흔들렸던 날에 가까워요. 당일 연합뉴스 보도

Coinbase의 1월 11일 종가는 13,308.06달러로, 전날 14,875.18달러보다 약 10.54% 낮았어요. 차트를 보면 발언 이전부터 가격이 내려오고 있었다는 점도 보이죠.
이 수치를 ‘박 장관의 발언 때문에 정확히 10.54% 떨어졌다’고 읽으면 안 돼요. 하루 동안의 다른 뉴스와 거래가 함께 반영된 결과니까요. 또 한국 기사에서 본 원화 가격의 순간 낙폭과 이 차트의 등락률이 다른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에요. 거래소, 통화, 시간대, 비교 기준이 모두 다를 수 있거든요.
5. 그래서 실제로 바뀐 건 무엇이었을까요?
이후 구체적으로 발표된 조치 중 하나가 가상통화 거래의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였어요. 1월 23일 금융당국은 1월 30일부터 거래소와 같은 은행에 개설된 본인 명의 계좌를 통해 입출금하도록 하는 서비스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안내했어요. 금융당국 브리핑
이렇게 순서대로 보면 조금 정리가 되죠. ICO로 새로운 사업에 대한 기대가 커졌고, 각국 정부는 자금 모집과 거래를 들여다보기 시작했어요. 한국에서는 거래소 폐쇄 가능성을 둘러싼 발언이 큰 혼란을 낳았고, 실명확인 입출금 같은 구체적인 조치가 뒤따라 발표됐어요.
이 시기를 돌아보며 하나만 기억한다면, 규제 뉴스의 제목을 본 뒤 누가 말했는지, 제안인지 확정인지, 언제 무엇이 바뀌는지까지 한 번 더 확인해보면 좋겠어요. 같은 ‘규제’라는 말 안에도 전혀 다른 단계의 이야기가 들어 있으니까요.
1부는 여기까지예요. 2018년 하락장 전체를 한 번에 붙이면 이야기가 너무 길어져서, 이번에는 ICO 열풍과 1월 규제 논란에 집중했어요.
차트는 이렇게 만들었어요
가격 자료는 Coinbase Exchange의 BTC–USD 공개 캔들 데이터를 사용했어요. 하루 간격(86,400초)의 종가를 연결했고, 등락률은 전날 종가 대비로 계산했어요. 자료 확인일은 2026년 9월 26일이에요. 데이터 항목 설명
날짜는 UTC 기준이라 한국 시간으로는 오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에 해당해요. 국내 원화 시세나 분 단위 움직임을 재현한 차트는 아니에요. 사건 표시선은 시점을 안내하며, 가격 변동의 원인을 입증하지는 않아요.
이 글은 과거 사건을 이해하기 위한 기록이며, 특정 코인의 매수·매도를 권하는 글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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