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1달러 근처에 머물던 코인 하나가 며칠 사이 몇십 센트로 내려앉았어요. 이름은 테라USD, 거래소에서 쓰던 기호는 UST였죠. UST의 가격을 받쳐준다던 루나(LUNA)도 함께 무너졌고, 국내 거래소에는 거래 종료 공지가 올라왔습니다.
불과 반년 전에는 비트코인 최고가와 NFT 열풍이 뉴스였어요. 이제는 코인을 얼마나 비싸게 팔 수 있는지뿐 아니라, 맡겨둔 돈을 되찾을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됐죠. 그 사이 미국은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고, 코인 시장 안에서는 높은 수익률을 내세운 서비스에 돈이 쌓여 있었습니다.
2022년의 출발점은 이미 고점 아래였어요
5-2부에서 비트코인은 2021년 11월 장중 6만 9천 달러를 찍은 뒤, 연말 약 4만 6,211달러에 거래를 마쳤어요. 2022년에도 하락은 이어졌습니다. Coinbase Exchange의 UTC 일별 종가 기준으로 1월 22일에는 약 3만 5,066달러였어요.
테라가 무너지기 넉 달 전의 일이에요. 당시 시장에는 높은 물가와 연준의 금리 인상 전망이 이미 자리 잡고 있었어요. 코로나 충격 때처럼 낮은 금리와 대규모 자산 매입이 계속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워졌죠.
3월에는 반등도 나왔어요. 3월 28일 종가는 약 4만 7,145달러로 올라왔습니다. 3월 첫 금리 인상이 발표된 뒤에도 반등 구간이 있었던 거예요. 고점에서 내려오는 동안에도 매수세가 붙었고, 회복을 기대할 만한 가격 움직임이 반복됐어요.

제로금리가 끝나고, 돈을 빌리는 비용이 올라갔어요
3월 16일, 연준은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0~0.25%에서 0.25~0.50%로 올렸어요. 코로나 때 시작한 사실상 제로금리가 끝나는 결정이었죠. 성명에는 추가 인상이 적절할 것이라는 판단도 담겼어요. 연준이 걱정한 것은 팬데믹 이후의 수급 불균형, 높은 에너지 가격, 광범위한 물가 상승이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겹쳤어요. 에너지와 식료품 공급에 대한 불안이 커졌고, 연준은 전쟁이 물가를 추가로 밀어 올리면서 경제활동에는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봤습니다. 이미 오르던 물가 위에 또 다른 충격이 생긴 셈이에요.
4월 12일 공개된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같은 달 대비 8.5%였어요. 1년 전과 비교한 수치이며, 당시 발표에서는 휘발유·주거비·식료품이 월간 상승의 큰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5월 4일에는 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올려 0.75~1.00%로 만들었어요. 3월보다 인상 폭을 두 배로 키운 결정이었죠. 동시에 6월 1일부터 보유 채권을 줄이는 양적긴축(QT)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앞선 테이퍼링이 새로 사들이는 채권의 양을 줄이는 과정이었다면, QT에서는 보유한 채권이 만기가 돼 돌아오는 돈을 일부 재투자하지 않아요. 처음에는 국채 월 300억 달러, 기관채와 주택저당증권 월 175억 달러를 상한으로 줄이기로 했습니다. 이 금액은 축소 한도였고, 발표 당일 그만큼을 한꺼번에 시장에 내다판다는 의미는 아니었어요.
금리가 높아지면 빚을 이용하는 투자자는 이자 부담을 더 따져야 해요. 현금이나 단기 채권에서 받을 수 있는 수익도 달라지고요. 여러 자산을 함께 운용하는 투자자라면 코인에 배정할 돈을 줄이거나, 현금을 더 남겨둘 수 있어요. 개인의 가격창에 연준 회의와 물가 발표가 함께 올라오는 배경입니다.
다만 5월 테라 붕괴 당시에는 QT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어요. 금리 인상은 실행 중이었고, 보유자산 축소는 예정된 상태였죠. 5월 초 투자자들은 이미 오른 금리와 앞으로 시작될 자산 축소를 함께 고려하고 있었던 거예요.
| 날짜 | 변화 |
|---|---|
| 3월 16일 결정 | 금리 목표 0.25~0.50%로 인상 |
| 5월 4일 결정 | 금리 목표 0.75~1.00%로 인상 보유자산 축소 계획 발표 |
| 6월 1일 시작 예정 | 보유 채권의 만기 상환액 일부를 재투자하지 않는 QT |
한편, 코인 안에서는 연 20% 가까운 수익률을 내세웠어요
이 무렵 테라 생태계의 중심에는 앵커 프로토콜(Anchor)이 있었어요. UST를 맡기면 한동안 연 19.5%, 흔히 ‘약 20%’로 소개되던 수익률을 제공하던 서비스예요. 매일 가격을 맞히며 거래하지 않아도 보유 수량을 늘릴 수 있다는 점이 사람들을 끌어들였죠.
앵커는 코인을 맡기는 사람과 빌리는 사람을 연결했어요. 빌리는 쪽은 자산을 담보로 넣고 UST를 가져갔고, 대출 이자와 담보 자산의 스테이킹 보상이 예치자 수익의 재원이 됐습니다. 스테이킹 보상은 블록체인의 운영에 참여한 대가로 받는 토큰 보상이에요.
그 수입만으로 목표 수익률을 채우기 어려우면 별도의 수익 준비금(yield reserve)에서 부족분을 보탰어요. 이용자가 더 많은 UST를 맡길수록 지급해야 할 이자도 커져요. 실제 수입이 같은 속도로 늘지 않으면 준비금에 의존하는 부분이 커지는 구조였죠. 공식 문서에도 준비금을 통한 이자 보조 방식이 명시돼 있었습니다.
이 수익률은 UST를 기준으로 계산됐어요. UST 수량이 늘어도 개당 달러 가격이 내려가면, 달러로 환산한 돈은 줄어들 수 있었죠. 예를 들어 1,000 UST가 이자로 1,010 UST가 됐더라도, UST 가격이 0.5달러라면 평가액은 505달러예요. 수량과 가격이 함께 영향을 주는 계산입니다.
2022년 6월 IMF의 사후 설명에 따르면, 붕괴 전 UST의 약 75%가 앵커에 모여 있었어요. UST를 찾는 수요가 특정 예치 서비스에 크게 기대고 있었던 거예요. 사람들이 그곳에서 한꺼번에 돈을 빼기 시작하면, UST 자체를 팔려는 수요도 함께 커질 수 있었습니다.
UST의 1달러는 어떻게 유지될 예정이었을까요?
UST는 가격을 미국 달러 1달러에 맞추려는 스테이블코인이었어요. 테라는 블록체인과 생태계의 이름이고, 그 안에서 UST와 LUNA라는 서로 다른 토큰이 사용됐습니다. UST의 목표 가격은 1달러였지만, LUNA의 가격은 시장에서 오르내렸어요.
기존 테라의 핵심 규칙은 1 UST를 없애면, 1달러어치의 LUNA를 새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토큰을 없애는 것을 소각, 새로 만드는 것을 발행이라고 불러요. 반대로 1달러어치 LUNA를 없애고 1 UST를 만드는 것도 가능했죠.
가령 UST가 시장에서 0.98달러에 거래된다면, 이를 사서 1달러어치 LUNA로 바꾼 뒤 팔아 차익을 노릴 수 있어요. 이 거래가 이어지면 UST는 매수되고 유통량도 줄어, 가격이 1달러 쪽으로 돌아오도록 설계됐습니다. 수수료와 처리 한도를 뺀 단순한 설명이에요.
이 교환에서 받는 것은 은행 계좌의 달러가 아니라 LUNA였어요. LUNA를 시장에서 팔아야 달러나 다른 자산으로 옮길 수 있었죠. 따라서 교환 규칙이 작동하려면 새로 생긴 LUNA를 사 줄 수요도 필요했어요.
평소에는 UST 수요가 늘면서 LUNA가 소각되고, 생태계가 커질 것이라는 기대도 붙을 수 있어요. 반대로 UST에서 빠져나가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LUNA가 새로 발행됩니다. UST의 가격 안정을 돕는 교환 장치와 LUNA의 유통량이 맞물려 있었던 거예요. BIS도 붕괴 후 보고서에서 이 두 토큰의 연결을 핵심 취약점으로 설명했어요.
5월 7~9일, 작은 가격 이탈이 커졌어요
5월 초부터 UST를 다른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꾸는 거래와 앵커 인출이 겹치기 시작했어요. 코인끼리 교환하는 서비스인 커브(Curve)에서는 UST를 받아주고 다른 코인을 내주는 유동성이 줄었습니다. UST를 팔려는 물량에 비해 교환 상대편의 자금이 부족해지면, 1달러 아래 가격을 받아들이는 거래가 늘어날 수 있어요.
온체인 분석업체 난센은 이후 블록체인 기록을 추적해, 5월 7일 밤 UTC 기준으로 여러 큰 지갑이 상당한 UST를 다른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꾼 흐름을 정리했어요. 앵커에서 인출한 UST를 다른 블록체인으로 옮겨 거래한 경로도 확인했습니다. 지갑의 이동 기록만으로 모든 거래자의 동기나 공모 여부까지 확정할 수는 없어요.
가격이 목표에서 벗어나는 현상을 디페깅(depegging)이라고 해요. 처음에는 1달러에서 조금 떨어졌다가 회복하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5월 9일부터 이탈 폭이 커졌습니다. Coinbase UST–USD의 UTC 종가는 5월 9일 0.765달러, 13일 약 0.129달러였어요.
1,000 UST를 들고 있다면 1달러일 때는 1,000달러였던 평가액이, 0.129달러에서는 약 129달러가 돼요. 원화로 돌아올 때는 환율과 거래 비용도 더해지지만, 그 전에 달러 기준 가치부터 크게 줄어든 거죠. ‘이자를 받으며 기다린다’는 선택으로 메우기 어려운 크기의 손실이었습니다.
UST를 바꿀수록 더 많은 LUNA가 쏟아졌어요
UST 보유자는 빠져나가려 했고, 교환 과정에서는 LUNA가 발행됐어요. LUNA 가격이 내려갈수록 같은 1달러어치를 지급하는 데 필요한 LUNA 수량이 더 많아졌습니다. 예를 들어 LUNA가 100달러일 때는 0.01개면 1달러지만, 1달러가 되면 1개가 필요해요.
늘어난 LUNA가 다시 매물로 나오면 가격이 더 압박받아요. 그러면 다음 교환 때 더 많은 LUNA를 발행해야 하죠. UST 이탈, LUNA 발행, LUNA 가격 하락이 서로를 밀어붙이는 악순환이 생겼습니다. 흔히 ‘죽음의 소용돌이’라고 부르는 과정이에요.
7월에 나온 리치먼드 연은의 분석은 LUNA 공급량이 5월 10일 약 4억 개에서 12일 약 320억 개로 불어났다고 정리했어요. 이 수치는 그 이틀 사이의 변화이며 최종 발행량은 아니에요. 가격이 급락하는 동시에 유통되는 코인의 수도 크게 늘고 있었습니다.
5월 10일과 12일의 LUNA 가격 사이에는 발행량이 약 80배로 늘어난 변화도 있었어요. 코인 한 개의 가격이 떨어지는 동안 전체 물량은 급증한 거예요. 매도 대기 물량과 UST를 바꾸려는 수요도 계속 쌓이고 있었죠.
비트코인 준비금도 1달러를 되돌리지 못했어요
테라 쪽에는 별도의 방어 자금도 있었어요. 루나 파운데이션 가드(LFG)가 비트코인 등을 준비금으로 마련해두고, UST 가격이 흔들릴 때 이를 활용하려 했습니다. 모든 UST 보유자에게 달러 현금을 하나씩 돌려주는 준비금 구조와는 달랐어요.
5월에는 실제로 준비금이 동원됐습니다. 이후 LFG의 의뢰로 작성된 JS Held의 2022년 11월 보고서는 약 8만 BTC와 USDT·USDC 등이 UST 매입과 가격 방어에 사용됐다고 정리했어요. 보고서 표에 나온 비트코인 잔액은 5월 7일 80,394 BTC에서 16일 313 BTC로 줄었습니다. 이는 붕괴 이후 거래 기록을 검토한 자료예요.
비트코인을 팔거나 교환해 UST를 사들이면 당장은 UST에 매수 수요를 보탤 수 있어요. 다만 준비금에는 한도가 있고, 비트코인 자체의 가격도 움직이죠. 코인 시장이 약해지는 시기에는 준비금의 달러 가치까지 줄어들 수 있습니다. UST의 방어가 비트코인 시장의 거래와 연결된 경로였어요.
결국 UST는 1달러를 회복하지 못했어요. Coinbase 기준 5월 20일 종가는 약 0.065달러였습니다. 같은 달 비트코인도 크게 흔들렸지만, 준비금 사용량만으로 비트코인 하락의 원인이나 기여도를 전부 계산할 수는 없어요. 긴축 전망과 여러 투자자의 포지션 정리도 함께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한국 투자자에게는 거래 종료가 닥쳤어요
5월 13일 YTN 보도에 따르면, 고팍스는 루나·테라 거래를 16일 오후 3시에, 업비트는 루나 거래를 20일 낮 12시에 종료하겠다고 밝혔어요. 발표일과 실제 종료 예정일 사이에 며칠의 간격이 있었죠. 당시에는 입출금도 제한돼, 보유자가 다른 거래소로 코인을 옮기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LUNA를 직접 산 사람은 급락을 겪었고, UST를 맡긴 사람은 달러에 가깝게 유지되리라 기대했던 자산의 붕괴를 겪었어요. 담보를 맡기고 돈을 빌린 사람에게는 청산도 닥쳤습니다. 담보 가치가 대출을 받칠 수준 아래로 내려가면, 서비스가 담보를 강제로 팔아 빚을 회수하는 과정이에요.
IMF의 6월 설명에서는 2022년 5월 디파이 청산 규모 약 14억 달러 가운데 약 13억 달러가 앵커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어요. 이 숫자는 해당 분석의 청산 집계이며, 테라 사태 전체 피해액이나 비트코인 매도액과는 다릅니다. 가격 하락이 예치·대출 서비스 안에서 어떻게 손실을 확대했는지 보여주는 수치예요.
다음 문제는 서로 빌려준 돈이었어요
2020~2021년에 코인 시장으로 들어온 돈은 거래소의 매수 주문에만 머물지 않았어요. 예치 서비스, 담보 대출, 투자 펀드와 준비금으로도 흘렀습니다. 참여자가 넓어지면서 누군가의 자산이 다른 누군가의 담보가 되고, 빌려준 돈은 다시 투자에 쓰이는 연결이 늘어났죠.
테라·루나 붕괴는 그 연결 안에 큰 손실을 남겼어요. 직접 토큰을 보유한 사람 외에도, 관련 자산에 투자하거나 거래 상대에게 돈을 빌려준 곳으로 불안이 번졌습니다. 연준의 2022년 11월 보고서도 테라에 대한 직접 노출과 다른 코인에 대한 투기적 투자가 여러 업체의 재무 위기로 이어졌다고 정리했어요. 2022년 여름에는 대출업체의 인출 중단과 투자회사의 위기가 이어져요. 다음 편은 셀시어스와 쓰리애로우즈캐피털(3AC)을 중심으로 그 자금의 연결을 따라가겠습니다.
이전 편: 코인 역사 5-2부|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실험과 두 번째 불장
다음 편: 코인 역사 6-2부|셀시어스·3AC·보이저, 출금이 멈춘 여름
참고 자료
- YTN — 테라·루나 급락 보도 (2022.5.13)
- Coinbase Exchange — 가격 데이터 안내
- 연준 — 2022년 3월 금리 인상 성명
- 미국 노동통계국 — 2022년 3월 소비자물가
- 연준 — 2022년 5월 금리 인상 성명
- 연준 — 보유자산 축소 계획
- Anchor — 머니마켓 구조
- Anchor — 예금 이자 보조 방식
- IMF — 암호화폐·디파이와 청산 분석 (2022년 6월)
- 리치먼드 연은 — 테라 교환 구조·붕괴 분석 (2022년 7월)
- BIS — 테라 붕괴와 통화 체계 분석
- Nansen — 2022년 온체인 분석 모음
- JS Held — LFG 준비금 사용 후속 보고서
- 연준 — 2022년 11월 금융안정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