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코인을 맡겨두고 이자를 받던 사람들에게 인출 중단 소식이 전해졌어요. 셀시어스(Celsius)가 출금을 멈췄고, 몇 주 뒤에는 보이저(Voyager)에서도 돈을 뺄 수 없게 됐습니다. 코인 가격이 내려가는 와중에,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팔 수 있는 선택까지 막힌 거예요.
6-1부에서 다룬 테라·루나 붕괴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이번에는 개인이 이용하던 앱 뒤편으로 들어가 볼게요. 그곳에는 코인을 빌려주는 업체와 큰돈을 운용하는 펀드, 서로 갚아야 할 빚이 이어져 있었어요.
6월에는 금리도 더 빠르게 올라갔어요
5월의 테라 충격이 가라앉기도 전에 미국의 긴축이 한 단계 더 강해졌어요. 연준은 예고했던 대로 6월 1일부터 양적긴축(QT)을 시작했습니다. 만기가 돌아오는 보유 채권의 원금을 일부 재투자하지 않아, 중앙은행이 들고 있는 자산을 줄이는 방식이에요. 처음 석 달의 월간 축소 상한은 국채 300억 달러, 기관채·주택저당증권 175억 달러였습니다.
6월 15일에는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1.50~1.75%로 올렸어요. 한 번에 0.75%포인트를 인상한 겁니다. 당시 뉴스에서 자주 등장한 ‘자이언트 스텝’이 이 결정이었죠. 연준은 높은 에너지 가격과 광범위한 물가 압력을 지적하며, 추가 인상도 필요할 것으로 봤어요. 날짜는 미국 현지 발표일 기준입니다.
돈을 빌려 투자하는 쪽에는 조달 비용이 부담이 돼요. 자금을 제공하는 쪽에서도 현금과 안전한 단기 채권을 보유할 이유가 늘고요. 새 돈을 구하기 어려운 시기에 기존 대출까지 갚으라는 요구를 받으면, 보유 자산을 팔아 현금을 마련해야 할 수 있어요. 코인 시장의 대출업체들이 흔들리던 때에는 이런 자금 환경이 함께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비트코인은 Coinbase Exchange의 UTC 일별 종가 기준으로 6월 1일 약 2만 9,789달러에서 18일 약 1만 8,949달러까지 내려갔어요. 18일 장중에는 약 1만 7,567달러도 기록했습니다. 한 달 전 테라가 무너질 때 버티던 3만 달러 부근에서 다시 크게 밀린 거예요.
차트의 날짜 표시는 사건이 발생한 시점을 보여줘요. 그날의 하락분을 한 사건의 영향으로 나눠 계산한 것은 아닙니다. 긴축 전망, 업체에 대한 불안, 담보 정리와 투자자들의 매도가 같은 시장 안에서 겹쳤어요.
이자를 주던 앱 뒤에는 빌려준 코인이 있었어요
셀시어스는 코인을 맡긴 고객에게 보상을 제공하고, 모인 자산을 대출과 여러 운용 활동에 활용하던 회사예요. 이런 중앙화된 코인 금융 서비스를 시파이(CeFi)라고 불러요. 회사가 고객 계정과 자산 운용을 관리하고, 이용자는 앱으로 잔액과 지급된 보상을 확인하는 형태였습니다. 셀시어스의 당시 사업 설명에도 개인·기관 대출과 자산 운용이 함께 등장해요.
예를 들어 이용자에게 지급할 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대출이나 투자에서 얻으면 그 차액이 회사의 수입이 될 수 있어요. 다만 코인을 빌린 상대가 갚지 못하거나 투자 손실이 나면, 고객에게 돌려줄 자산에도 부족분이 생깁니다. 고객에게 약속한 지급액과 회사가 실제로 벌어들이는 돈 사이에 간격이 벌어지는 거예요.
회수 시점도 문제였어요. 고객은 오늘 인출하고 싶어 하는데, 회사가 빌려준 돈은 몇 달 뒤 돌아올 수 있죠. 투자한 자산을 지금 팔려면 크게 할인해야 할 수도 있고요. 장부에 자산이 잡혀 있어도 당장 꺼내줄 현금이나 코인이 부족한 상황을 유동성 부족이라고 해요.
가상의 업체가 고객에게 100을 돌려줘야 하는데, 바로 지급할 수 있는 자산은 20이고 대출로 나가 있는 자산은 80이라고 해볼게요. 오늘 인출 요청이 10이면 처리할 수 있어요. 요청이 50으로 몰리면 당장 30이 부족해집니다. 빌려준 80을 언제, 얼마나 회수할 수 있는지가 급해지죠.
그 80 가운데 30을 끝내 회수하지 못한다면 총자산도 70으로 줄어요. 이때는 시간을 더 준다고 고객에게 돌려줄 100이 저절로 채워지지 않습니다.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지급불능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 인출이 몰리는 문제와 이미 발생한 손실이 한 업체 안에서 함께 나타날 수도 있어요.
6월 12일, 셀시어스의 출금이 멈췄어요
셀시어스는 미국 현지 6월 12일 출금, 코인 교환, 계정 간 이체를 중단했어요. 한국에서는 13일 이후 관련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회사는 자산을 보전하고 사업을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죠. 하지만 돈을 맡긴 고객에게는 반환 시점이 정해지지 않은 기다림이 시작됐어요.
7월 13일에는 미국 뉴욕 남부 파산법원에 챕터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습니다. 채무를 조정하거나 자산을 매각하는 등 법원 절차 안에서 회생·정리를 추진하는 단계예요. 당시 회사는 고객 인출 재개를 법원에 요청하지 않았고, 고객들의 청구는 그 절차에서 다뤄질 예정이라고 밝혔어요.
곧 공개된 회사 측 법원 제출자료에는 더 무거운 숫자가 나왔습니다. 7월 13일 기준 자산 약 43억 1천만 달러, 부채 약 55억 달러. 회사가 제시한 계산에서 약 11억 9천만 달러가 부족했어요. 감사받지 않은 잠정 추정치였고, 자산에는 채굴 사업 자산과 자체 토큰 CEL 등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앱에 표시되는 고객 잔액과 회사가 실제로 반환할 수 있는 자산 사이에 큰 구멍이 드러난 셈이에요. 이 표만으로 고객별 최종 손실률을 계산할 수는 없었습니다. 자산의 매각 가격, 회수되는 대출, 채권의 우선순위 등이 법원 절차에서 더 확인돼야 했어요.
큰 투자회사 3AC도 빚을 갚지 못했어요
같은 시기 쓰리애로우즈캐피털(Three Arrows Capital), 줄여서 3AC라는 코인 투자회사가 위기에 빠졌어요. 개인들이 앱에 돈을 넣어 이자를 받는 쪽이 셀시어스의 익숙한 모습이었다면, 3AC는 자금을 운용하면서 다른 업체에서 큰돈을 빌리던 헤지펀드였어요.
이런 펀드는 자기자금에 차입금을 더해 투자 규모를 키울 수 있어요. 이를 레버리지라고 하죠. 가령 자기 돈 20에 빌린 돈 80을 더해 100을 투자했다고 해볼게요. 투자 자산이 80으로 떨어져도 빌린 원금 80은 남습니다. 이자와 비용을 빼기 전부터 자기자금 20이 모두 사라지는 계산이에요. 실제 3AC의 차입비율을 뜻하는 숫자는 아니지만, 하락장에서 대출이 손실을 키우는 방식은 이해할 수 있어요.
담보가 붙은 대출에서는 자산 가격이 떨어질 때 담보를 더 내거나 빚을 줄이라는 요구도 생겨요. 빌린 쪽이 응하지 못하면 담보를 매각하는 청산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담보가 충분하지 않은 대출이라면, 돈을 빌려준 회사가 손실을 직접 떠안을 가능성이 커지고요. 이런 상환 요구가 여러 곳에서 겹치면 새 자금을 빌려 버티기도 어려워져요.
6월 27일, 보이저는 3AC에 채무불이행을 통지했어요. 돌려받지 못한 대출은 15,250 BTC와 3억 5천만 달러 규모의 USDC였습니다. USDC는 달러 가치에 맞춰 운용되는 스테이블코인이에요. 비트코인과 USDC라는 두 자산을 함께 빌려준 것이죠.
3AC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법원에서 6월 27일 시작된 청산 절차로 넘어갔어요. 청산인들은 자산을 찾아 회수하고 채권자에게 배분할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미국에서는 해외 청산 절차의 인정을 구하는 챕터15 절차도 진행됐어요. 셀시어스·보이저의 챕터11과는 서로 다른 절차였습니다.
보이저의 대출 절반 이상이 3AC에 묶여 있었어요
보이저는 개인이 코인을 거래하고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플랫폼이었어요. 동시에 다른 회사에 코인을 빌려주기도 했습니다. 이용자 화면 바깥에서 일어난 3AC의 상환 실패가 플랫폼 전체의 자금 사정으로 돌아오는 연결이 있었던 거예요.
보이저가 7월 1일 공개한 6월 말 기준 전체 코인 대출은 약 11억 2,483만 달러였어요. 이 가운데 3AC에 대한 대출의 평가액은 약 6억 5,420만 달러, 전체의 약 58.2%였습니다. 회사가 공개한 잠정·미감사 수치로 계산한 비중이에요.
한 거래 상대가 전체 대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어요. 그 상대가 돈을 갚지 못하자 보이저도 큰 규모의 회수 불확실성을 안게 됐습니다. 3AC에 직접 돈을 맡긴 적이 없는 보이저 이용자에게까지 문제가 닿은 이유예요.
보이저는 7월 1일 미국 동부시간 오후 2시부터 거래·입금·출금·보상 서비스를 중단했어요. 6월 27일에는 고객 주문과 인출을 계속 처리한다고 밝혔는데, 나흘 뒤 운영을 멈춘 겁니다.
그리고 7월 5일 챕터11 절차에 들어갔어요. 보도자료는 6일 새벽에 배포됐습니다. 회사는 당시 고객에게 돌려줄 자산을 마련할 때 3AC에서 회수하는 돈도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어요. 법원 승인과 변경 가능성이 남아 있던 초기 제안으로, 고객에게 즉시 전액을 돌려준다는 발표는 아니었습니다.
은행 계좌와 코인 계정의 경계도 드러났어요
이 과정에서는 ‘맡겨둔 돈이 어디까지 보호되느냐’는 문제도 불거졌어요. 7월 28일 미국 예금보험공사(FDIC)와 연준은 보이저에 예금보험과 관련된 잘못되거나 오해를 부르는 표현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보이저가 FDIC의 보호를 받는 회사라거나, 보이저 자체가 무너져도 고객에게 보험이 적용되는 것처럼 설명한 부분을 문제 삼았어요.
보이저가 고객의 달러를 맡긴 제휴 은행에는 예금보험이 적용됐지만, 보이저 자체의 파산이나 코인 손실까지 그 보험이 보장하지는 않았어요. 앱 안에서 달러와 코인이 나란히 보이더라도 보관 장소와 법적 관계는 달랐던 거예요. 고객들이 반환을 기다리는 동안 이런 구분까지 현실적인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2020년에 들어온 기관, 2022년에 드러난 차입의 연결
4-1부에서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매입을 다뤘어요. 기업이 보유 자산으로 비트코인을 선택하는 경로였죠. 이후 시장에는 고객 자산을 운용하는 펀드, 코인을 빌려주는 업체, 거래와 보관을 제공하는 플랫폼도 함께 커졌습니다.
2022년 여름의 보이저와 3AC는 그중 대출로 이어진 관계를 보여줘요. 보이저의 자산으로 기록된 대출은 3AC가 갚아야 할 빚이었어요. 3AC의 상환 실패는 보이저의 회수 문제로 넘어갔고, 보이저 고객은 인출 중단을 겪었습니다. 개인 투자자는 여전히 시장 안에 있었고, 그 자산의 운용 경로가 여러 회사를 거치며 길어져 있었던 거예요.
연준은 2022년 11월에 낸 사후 보고서에서 테라에 대한 직접적인 노출과 다른 코인에 대한 투기적 투자가 여러 업체의 재무 곤란으로 이어졌다고 정리했어요. 코인 업계 내부의 연결도 위기를 키우는 요소로 짚었습니다. 테라 붕괴 이후의 불안에 각 회사의 대출·운용 손실이 겹쳐 있던 시기였어요.
그 와중에도 긴축은 이어졌어요. 7월 13일 발표된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9.1%였습니다. 연준은 7월 27일 다시 0.75%포인트를 올려 금리 목표 범위를 2.25~2.50%로 높였어요.
비트코인은 6월 말 약 1만 9,986달러에서 7월 말 약 2만 3,307달러로 반등했어요. 같은 기간 금리는 더 올랐고 업체들의 파산 절차도 진행 중이었죠. 거래소에서 가격이 회복되는 동안에도 셀시어스와 보이저 고객은 자기 계정의 코인을 자유롭게 꺼낼 수 없었습니다.
이때 자금 지원에 나선 이름 중 하나가 알라메다였어요. 보이저는 6월 27일 발표에서 알라메다의 신용한도 중 7,500만 달러를 사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외부 지원을 구하면서 버티려 했지만 결국 인출 중단과 법원 절차로 이어졌죠. 가을에는 알라메다와 FTX 자체의 자금 문제가 시장의 중심에 등장합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이어갈게요.
다음 편: 코인 역사 6-3부|FTX·알라메다, 거래소의 출금이 멈추다
이전 편: 코인 역사 6-1부|제로금리의 끝과 테라·루나 붕괴
참고 자료
- Bloomberg Tech — 셀시어스 인출 중단 보도 (2022.6.13)
- 연준 — 양적긴축 시행 계획
- 연준 — 2022년 6월 FOMC 성명
- Celsius — 2022년 7월 법원 제출 설명서·재무 현황
- Celsius — 파산보호 신청 발표
- Voyager — 3AC 채무불이행·지원 현황 (2022.6.27)
- 3AC 청산인 — 청산 절차 안내 (2022년 7월)
- Voyager — 대출 현황·서비스 중단 발표
- Voyager — 재무구조조정 절차 개시 발표
- 연준·FDIC — 보이저 예금보험 표현 관련 발표
- 연준 — 2022년 11월 금융안정보고서
- 미국 노동통계국 — 2022년 6월 소비자물가
- 연준 — 2022년 7월 FOMC 성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