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여름, 코인 시장에서는 돈을 굴리는 방법이 늘고 있었어요. 이더리움에서는 코인을 맡기거나 빌리면 토큰을 더 주는 서비스가 사람들을 끌어모았어요. 비슷한 시기 미국의 한 상장기업은 회사가 보유한 현금으로 비트코인을 사들이기 시작했죠.
한쪽에서는 개인 지갑이 대출과 거래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했고, 다른 쪽에서는 기업의 재무 담당자가 비트코인 보관과 회계 처리를 고민했어요. 채굴자와 개인 투자자, 거래소에 익숙했던 시장에 새로운 역할과 자금이 더해지고 있었습니다.
4부에서 코로나 폭락 이후의 흐름을 따라갔다면, 이번에는 그 안으로 들어가 볼게요. 디파이 서머와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각각 어떤 돈을 끌어들였고, 참여자들은 무엇을 기대했을까요?
기관이 들어올 통로는 먼저 만들어지고 있었어요
채굴자는 장비와 전기를 써서 블록을 만들고 보상을 받았어요. 개인 투자자는 거래소에서 코인을 사고팔았고, 거래소는 주문을 연결했죠. 여기에 개발자와 코인 전문 투자회사, 대규모 채굴업체도 함께 있었습니다. 초기 시장을 ‘개인과 채굴자’만으로 나누기에는 이미 여러 사업자가 활동하고 있었어요.
전통 금융권과 연결되는 통로도 있었어요. CME는 2017년 12월 비트코인 선물을 도입했어요. 계약의 손익을 현금으로 정산하는 상품이어서, 투자자는 비트코인을 직접 보관하지 않고도 가격 움직임에 투자하거나 위험을 줄일 수 있었죠.
피델리티는 2018년 기관을 위한 디지털 자산 사업을 발표했고, 2019년 고객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코인을 대신 안전하게 보관하는 커스터디와 거래 체결이 핵심이었어요. 큰돈을 운용하는 조직에는 매수 버튼뿐 아니라 보관 책임, 접근 권한, 거래 기록을 관리할 체계가 필요했으니까요.
이 통로 위로 2020년에는 기업의 실제 매입 공시가 쌓이기 시작해요. 동시에 코인 업계 안에서는, 지갑에 있는 자산을 다른 사람의 대출과 거래에 활용하는 디파이가 빠르게 커지고 있었어요.
6월, 코인을 맡기는 사람도 빌리는 사람도 COMP를 받았어요
디파이(DeFi)는 블록체인 위의 프로그램으로 대출이나 교환 같은 금융 기능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해요. 미리 정한 조건을 실행하는 프로그램인 스마트계약이 자산의 입출금과 담보 조건 등을 처리하죠.
컴파운드를 예로 들어볼게요. 이용자가 지원되는 코인을 공급하면 대출에 쓸 자금이 모여요. 다른 이용자는 담보를 제공하고 그 자금을 빌릴 수 있어요. 공급자는 이자를 받고, 빌린 사람은 이자를 부담하는 구조예요. 담보 가치가 기준 아래로 떨어지면 다른 참여자가 빚의 일부를 갚고 담보를 가져가는 청산이 가능해요.
2020년 6월 15일, 컴파운드는 공급자와 차입자에게 COMP 토큰을 배분하기 시작했어요. COMP는 서비스의 변경안 등에 의결권을 행사하는 거버넌스 토큰이에요. 이용자에게는 기존의 이자 계산에 더해, 새로 받는 토큰의 가치까지 따질 이유가 생겼죠.
가령 빌리면서 내는 이자보다 받을 토큰의 예상 가치가 크다고 판단하면, 토큰 보상을 얻으려고 대출을 이용할 유인이 생겨요. 맡긴 자산을 담보로 다른 자산을 빌리고, 그것을 또 다른 서비스에 공급하는 방식도 가능했어요. 자산을 여러 서비스에 배치해 이자와 보상을 얻는 활동을 이자 농사, 일드 파밍이라고 불렀습니다.
수익의 재료는 나눠 볼 수 있어요. 빌린 사람이 내는 이자, 거래하는 사람이 내는 수수료, 서비스가 나눠 주는 토큰은 각각 출처가 달라요. 보상 토큰의 가격이 떨어지거나 배분량이 줄면, 같은 금액을 맡겨도 기대하던 수익이 줄어들 수 있죠. 빌린 돈에 대한 이자와 담보 청산 위험은 그동안 계속 남아 있고요.
거래소의 유동성을 이용자가 직접 채웠어요
유니스왑에서는 이용자가 거래에 필요한 코인을 공급할 수 있었어요. 2020년 당시 v2 구조에서는 두 토큰을 담은 유동성 풀을 만들고, 다른 이용자가 그 풀을 상대로 교환했죠. 매수자와 매도자의 주문을 하나씩 맞추는 대신, 풀에 남은 두 자산의 수량과 정해진 계산 규칙에 따라 교환 가격이 움직였어요.
풀에 자산을 넣은 사람은 자신의 몫을 나타내는 LP 토큰을 받았고, 거래 수수료를 지분에 따라 나눠 가졌어요. 코인을 보유한 사람이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자금 공급자 역할까지 맡은 거예요.
대신 풀 안의 자산 구성은 거래와 가격 변동에 따라 바뀌어요. 처음 넣은 두 코인을 지갑에 그대로 보유했을 때보다 평가액이 작아질 수도 있죠. 흔히 ‘비영구적 손실’이라고 부르는 차이예요. 수수료 수입과 별도로 생기는 효과라서, 수수료를 받는 동안에도 전체 손익은 손실일 수 있어요.
9월에는 유니스왑의 UNI 토큰도 등장했어요. 9월 1일 0시 UTC 이전 이용 기록을 기준으로, 조건에 맞는 과거 이용 주소마다 400 UNI를 청구할 수 있게 했죠. 사람 수가 아니라 지갑 주소 기준이었어요. 9월 18일부터는 지정된 네 개 풀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참여자에게 UNI를 배분하는 프로그램도 시작됐습니다.
유니스왑이 공개한 2020년 회고에 따르면 연간 거래량은 2019년 3억 9천만 달러에서 2020년 580억 달러 이상으로 늘었어요. 같은 돈이 여러 번 거래돼도 거래량에 더해지므로, 이 숫자는 새로 유입된 투자금과는 집계 기준이 달라요. 그래도 블록체인 위에서 실제 교환이 얼마나 활발해졌는지는 보여줍니다.
이런 대출·거래 서비스와 토큰 보상 열풍을 함께 가리키는 말이 ‘디파이 서머’예요. 이용자는 거래소에서 시세를 보는 데 더해, 지갑을 연결하고 자산을 공급하고 담보를 관리했어요. 프로그램의 결함이나 공격에 자금이 노출될 수 있고, 여러 서비스를 연결할수록 의존하는 구조도 늘어났습니다.
8월, 상장기업의 현금이 비트코인으로 옮겨 갔어요
그 여름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내놓은 결정은 회사의 자금 운용에 관한 것이었어요. 당시 이 회사의 본업은 기업용 분석 소프트웨어였어요. 고객의 돈을 대신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도, 채굴로 비트코인을 생산하는 회사도 아니었죠.
8월 11일 회사는 비트코인 21,454개를 약 2억 5천만 달러에 매입했다고 발표했어요. 수수료와 비용을 포함한 금액이에요. 비트코인을 회사의 주요 준비자산으로 삼겠다는 정책도 공개했어요.
회사가 당장 쓰지 않는 돈을 어떤 형태로 보유할지 정하는 일이에요. 마이클 세일러와 경영진은 저금리와 대규모 통화·재정 지원 속에서 현금의 장기 구매력이 약해질 가능성을 우려했어요. 공급이 제한된 비트코인이 자금을 보존하는 데 유리하다는 것이 회사가 밝힌 판단이었죠.
이 결정은 개인의 투자와 책임 범위가 달랐어요. 회사 자산으로 보유하면 주주에게 재무 상태를 설명해야 하고, 운영에 쓸 현금과 자산 가격 변동을 함께 관리해야 해요. 경영진의 전망이 빗나가면 회사가 손실을 떠안는 구조였고요.
9월 15일 공시에는 전날 추가 매입을 마쳤다는 내용이 담겼어요. 누적 수량은 38,250개, 취득액은 비용을 포함해 4억 2,500만 달러였어요. 한 번 시험 삼아 사는 수준에서 계속 보유량을 늘리는 전략으로 이어진 거예요.

12월에는 채권시장에서 매입 자금을 조달했어요
12월 11일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6억 5천만 달러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을 마쳤다고 발표했어요. 연 이자율은 0.75%, 만기는 2025년이었고, 적격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사모 발행이었어요. 발행 비용 등을 뺀 예상 순조달액은 약 6억 3,490만 달러였어요. 회사는 운영자금 수요 등을 고려해 이 자금을 비트코인 매입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전환사채는 회사에 돈을 빌려 주는 채권에 주식 전환 조건을 붙인 상품이에요. 투자자는 채권을 사고, 회사는 자금을 조달해요. 이 채권은 정해진 조건에 따라 회사의 선택으로 현금이나 주식, 또는 둘을 섞어 전환 대가를 지급할 수 있게 설계됐어요.
자금의 경로를 따라가면 기관의 채권 투자 → 회사의 자금 조달 → 비트코인 매입으로 이어져요. 채권 투자자가 직접 코인을 보관하지 않아도 전통 자본시장의 돈이 기업을 거쳐 코인 시장에 닿는 경로가 생긴 셈이에요. 채권 투자자는 회사의 신용과 전환 조건을 부담하고, 회사는 비트코인 가격 변동과 채무 상환 부담을 함께 안게 됩니다.
12월 21일 회사는 약 29,646개를 약 6억 5천만 달러에 추가 매입했다고 발표했어요. 당시 누적 보유량은 약 70,470개, 누적 취득액은 약 11억 2,500만 달러였어요. 취득액에는 수수료와 비용이 포함되며, 그날의 시가 평가액과는 다른 숫자예요.
결제회사와 보험사도 매입 사실을 공개했어요
10월 8일 스퀘어는 비트코인 약 4,709개를 5천만 달러에 매입했다고 발표했어요. 2020년 2분기 말 총자산의 약 1%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설명했죠. 이미 캐시앱으로 고객에게 비트코인 매매 기능을 제공하던 회사가, 이번에는 자기 회사의 자산으로 비트코인을 보유한 거예요.
12월 10일에는 미국 생명보험사 매스뮤추얼의 매입도 알려졌어요. 거래를 지원한 NYDIG의 발표에 따르면 매스뮤추얼은 일반 투자계정에 편입할 비트코인 1억 달러어치를 샀어요. 보관은 NYDIG의 커스터디 플랫폼이 맡았고요. NYDIG 지분에 투자한 500만 달러는 비트코인 매입액과 별도였어요.
‘기관 진입’이라는 말 안에도 여러 모습이 들어 있었어요. 마이크로스트래티지와 스퀘어는 회사의 자금을 운용했고, 매스뮤추얼은 보험사의 투자계정에 비트코인을 담았어요. 피델리티와 NYDIG처럼 거래와 보관을 돕는 사업자도 있었죠. 매수하는 조직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이 함께 늘어나고 있었어요.
개인 지갑 옆에 기업의 재무제표가 놓이기 시작했어요
디파이 이용자에게 코인은 대출에 공급할 자산이나 담보, 거래 풀의 재료가 됐어요. 마이크로스트래티지에는 회사가 보유할 준비자산이 됐고, 보험사에는 투자계정에 배분할 자산이 됐죠. 같은 시장 안에서 돈을 넣는 목적과 관리 방식이 다양해진 거예요.
디파이에도 전문 투자자가 참여했어요. 컴파운드의 2020년 6월 공지에는 투자회사 판테라 캐피털의 파트너가 거버넌스 대표자로 소개돼 있어요. 디파이를 모두 개인, 비트코인을 모두 기관의 시장으로 구분하기보다는, 서로 겹치는 참여자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금을 굴리던 모습에 가까웠습니다.
매입 공시와 서비스 기록을 통해 확인되는 것은 참여 경로가 넓어졌다는 점이에요. 이 사례들만으로 시장 전체에서 기관이 차지한 비율까지 계산할 수는 없어요. 개인 투자자와 채굴자는 계속 활동했고, 그 곁에 기업의 자금 운용과 기관의 보관·거래 체계가 쌓여 갔어요.
2020년 말에는 비트코인을 산 회사의 채권 조건까지 코인 이야기의 일부가 됐습니다. 디파이에서 빌리고 맡기던 자산, 기업이 준비자산으로 보유한 비트코인, 앞으로 다룰 스테이블코인의 국채 준비자산까지. 코인을 따라가다 보면 누가 돈을 보유하고 누구에게 빌려 주는지, 화폐와 금융의 오래된 구조도 함께 만나게 돼요.
이전 편: 코인 역사 4부|2020년 코로나 폭락에서 비트코인 2만 달러까지
다음 편: 코인 역사 5-1부|2021년 상반기, 게임스탑의 열기에서 비트코인 급락까지
참고 자료
- CME — 비트코인 선물 출시 발표
- Fidelity Digital Assets — 공식 연혁
- Compound — v2 cToken 구조
- Compound — COMP 배분·거버넌스 참여자 공지
- Uniswap — v2 유동성 풀 구조
- Uniswap — 유동성 공급자의 수익·손실
- Uniswap — UNI 출시 발표
- Uniswap — 2020년 결산
- MicroStrategy — 2020년 8월 비트코인 매입 발표
- CNBC — 마이클 세일러 인터뷰 영상 (2020.12.23)
- MicroStrategy — 2020년 9월 SEC 공시
- MicroStrategy — 전환사채 발행 공시
- MicroStrategy — 2020년 누적 비트코인 매입 발표
- Square — 비트코인 투자 발표
- NYDIG — MassMutual 투자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