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역사 6-3부|FTX·알라메다, 거래소의 출금이 멈추다

2022년 여름, 코인 회사들이 줄줄이 어려워질 때 인수와 지원 소식에 자주 등장한 이름이 있었어요. FTX와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SBF)였습니다. 그해 11월에는 FTX 고객들이 자기 계좌에서 돈을 꺼내지 못하게 됐어요. 몇 달 전 다른 회사를 도와주던 쪽이 파산법원으로 향한 겁니다.

6-2부의 셀시어스·3AC·보이저 사태에 이어지는 이야기예요. 이번에는 거래소 FTX, 투자회사 알라메다, 거래소 토큰 FTT가 어떻게 연결돼 있었는지 따라가 보겠습니다. 11월에 사람들이 알게 된 내용과 파산 뒤 조사에서 드러난 내용은 시점을 나눠 적었어요.

FTX 파산 당시 보도, 2022.11.12. YTN.

가을에도 인수자로 등장했던 FTX

9월 26일, 보이저는 자산 매각 경매에서 FTX US가 낙찰자로 선정됐다고 발표했어요. 여름 내내 출금과 파산 소식을 듣던 고객들에게는 자산을 돌려받을 절차가 한 걸음 나아가는 소식이었죠. 다만 이때는 인수가 끝난 상태가 아니었어요. 법원 승인 등 후속 절차가 남아 있었습니다.

거래소를 운영하며 수수료를 벌고, 어려워진 회사의 자산을 살 여력도 있어 보이는 곳. 이때 밖에서 보이는 FTX의 모습이었어요. 돈을 맡긴 고객이 회사 내부의 자금 흐름까지 확인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거래 화면에 잔고가 표시되고 출금이 처리되는 동안에는 더더욱 그랬죠.

같은 가을, 코인 시장에는 다른 큰 사건도 있었어요. 이더리움은 9월 15일 머지(Merge)를 마치고 작업증명에서 지분증명으로 전환했습니다. 채굴 장비 대신 이더를 맡긴 검증자가 네트워크 합의에 참여하는 체계로 옮겨간 거예요. 기술 변화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는 한편, 코인 회사들의 재무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FTX, 알라메다, FTT는 각각 뭐였을까

FTX는 사람들이 코인을 사고팔던 중앙화 거래소예요. 고객은 계정을 만들고 돈이나 코인을 입금한 뒤 거래했습니다. 회사가 고객의 계좌와 출금을 관리하는 방식이죠. 국제 거래소 FTX.com과 미국 고객 대상 FTX US는 법인과 서비스가 구분돼 있었어요.

알라메다 리서치(Alameda Research)는 코인을 매매하고 투자하던 회사였습니다. 샘 뱅크먼프리드는 2017년 알라메다를 세웠고, 2019년 FTX를 출범시켰어요. 한쪽은 거래가 이뤄지는 장소를 운영하고, 다른 한쪽은 시장에서 직접 돈을 굴렸습니다. 같은 창업자 주변에 거래소와 큰 거래자가 함께 있던 셈이에요.

FTT는 FTX의 거래소 토큰이에요. 거래 수수료 할인 같은 용도가 있었고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었습니다. FTX 회사의 주식이나 달러와 교환을 보장하는 현금은 아니었어요. FTT 가격은 FTX의 사업과 이용 수요에 대한 기대에도 영향을 받았죠.

FTX · 알라메다 · FTTFTX · 알라메다 · FTT서로 연결돼 있었지만, 맡은 역할은 달랐어요.01FTX고객의 계정 · 거래 · 출금을 관리하는 거래소02알라메다 리서치시장에서 코인을 매매하고 투자하던 회사03FTT수수료 할인 등에 쓰인 FTX의 거래소 토큰공통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 / FTX와 알라메다는 별도 법인
FTX·알라메다·FTT의 역할.

고객 입장에서는 FTX 계좌에 비트코인을 맡겼다고 해서 알라메다의 투자에 돈을 보탰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자신의 잔고로 거래하고 필요할 때 출금하는 서비스를 이용한 거니까요. 그런데 두 회사 사이에서 실제로 어떤 자산이 오갔는지는, 훗날 파산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큰 쟁점이 됩니다.

11월 2일, 알라메다의 장부가 보도됐어요

코인데스크는 11월 2일 알라메다의 비공개 재무 자료를 입수해 보도했어요. 그날의 실시간 잔고가 아니라, 6월 30일 기준 자료였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자산은 146억 달러였고, 가장 큰 단일 항목은 36억 6천만 달러 규모의 잠금 해제된 FTT였어요.

큰 금액보다 눈에 들어오는 건 자산의 종류예요. 알라메다가 들고 있던 상당한 자산이 같은 창업자와 연결된 거래소의 토큰이었던 겁니다. FTX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 FTT 가격이 떨어질 수 있고, 그러면 알라메다의 자산 가치도 함께 줄어드는 구조였어요.

장부에 적힌 평가액을 곧바로 꺼내 쓸 수 있는 현금으로 바꾸기도 어렵습니다. 시장에서 소량 거래된 가격에 보유 수량을 곱하면 큰 숫자가 나와요. 하지만 그 물량을 실제로 팔 때는 받아줄 구매자가 필요하죠. 매물이 쏟아져 가격이 내려가면, 팔기 전 계산했던 금액만큼 돈을 마련하지 못할 수 있어요.

이 보도만으로 고객 자금이 어디에 얼마나 쓰였는지까지 모두 확인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시장이 먼저 마주한 건 알라메다 자산의 구성과 두 회사의 밀접한 관계였어요. 출금이 몰리고, 인수 협상이 진행되고, 회사가 파산을 신청하면서 더 많은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11월 6일부터 8일까지, FTT 매도와 출금 요청

11월 6일 바이낸스의 창업자 창펑자오(CZ)는 보유한 FTT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했어요. 대형 경쟁 거래소가 FTT에서 발을 빼겠다는 공개적인 신호였습니다. 발표 당일 보유 물량을 전부 팔았다는 뜻은 아니었고, 바이낸스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어요.

이어 FTX 고객들의 출금 요청이 몰렸습니다. 로이터가 확인한 11월 8일 SBF의 직원 메시지에는 앞선 72시간 동안 약 60억 달러의 순인출이 있었다고 적혀 있었어요. 이는 당시 경영진이 전달한 수치입니다. FTX.com의 출금도 사실상 멈춘 상태였다고 보도됐어요.

FTT, 22.08에서 5.50으로FTT, 22.08에서 5.50으로2022.11.1–14 / FTT·USDT / Binance 현물010203011/111/411/711/1011/1411/6 매각 계획 발표11/8 종가 5.50UTC 일별 종가 · 사건 표시는 시간 비교용이며 인과관계의 계량 추정이 아닙니다.
바이낸스 FTT/USDT 현물 일별 종가. 11월 1~14일의 완전한 UTC 일봉만 사용. USDT 단위.

바이낸스의 FTT/USDT 일별 종가를 보면 11월 7일 22.08USDT였던 가격이 8일에는 5.50USDT로 내려갑니다. 하루 종가 기준 약 75.1% 하락이에요. 9일 종가는 약 2.27USDT였습니다. 거래소와 시간 기준에 따라 보도에서 보는 가격은 조금씩 다를 수 있어요.

FTT를 팔려는 사람과 FTX에서 자산을 빼려는 사람이 동시에 늘었습니다. FTT 보유자는 토큰 가격 하락을 겪었고, FTX 고객은 자기 코인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 걱정해야 했어요. FTT를 한 개도 사지 않았더라도 FTX에 비트코인이나 다른 자산을 맡겨뒀다면 출금 문제에 부딪힐 수 있었습니다.

인수 발표 다음 날, 협상은 끝났어요

11월 8일에는 바이낸스가 FTX.com 인수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나왔어요. 체결된 문서는 실사를 전제로 한 구속력 없는 의향서였습니다. 장부와 사업 상태를 살펴본 뒤 거래를 진행할지 결정하는 단계였죠. 인수 대금 지급과 고객 출금 재개가 확정된 상태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다음 날인 11월 9일 바이낸스는 인수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바이낸스가 이후 영국 의회에 제출한 설명에는 실사 결과, 고객 자금 관련 보도, 당국의 조사 소식 등이 이유로 제시돼 있어요. 인수 당사자가 제출한 당시 경위 설명입니다.

11월 11일, FTX 그룹은 미국 델라웨어에서 챕터11 파산보호 절차에 들어갔어요. 국제 거래소뿐 아니라 FTX US와 알라메다도 그룹의 파산 절차에 포함됐습니다. SBF 대신 존 레이 3세가 경영을 맡아 자산과 채무를 파악하기 시작했어요. 고객에게 돈을 돌려주는 문제 역시 법원 절차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비트코인 차트에는 FTX와 미국 물가가 함께 남았어요

이때도 미국의 금리 인상은 진행 중이었어요. 연준은 11월 2일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0.75%포인트 올려 3.75~4.00%로 정했고, 보유 자산을 줄이는 양적긴축도 이어갔습니다. 돈을 빌리는 비용이 높아진 환경에서 코인 업체의 자금 문제까지 터진 거예요.

FTX 위기 속 비트코인의 11월FTX 위기 속 비트코인의 11월2022.11.1–30 / BTC·USD / Coinbase Exchange14,00016,00018,00020,00022,00011/111/711/1411/2111/3011/9 인수 무산11/10 미국 CPI 발표11/11 파산 신청UTC 일별 종가 · 사건 표시는 시간 비교용이며 인과관계의 계량 추정이 아닙니다.
코인베이스 BTC/USD 일별 종가·UTC. 세로축은 14,000달러부터 시작합니다.

코인베이스의 비트코인 달러 일별 종가는 11월 7일 약 20,593달러에서 9일 약 15,892달러로, 이틀 사이 약 22.8% 내려갔어요. FTX의 출금 위기와 인수 무산 소식이 이어진 구간입니다. 차트의 날짜 표시는 당시 사건을 함께 읽기 위한 것으로, 가격 변동 전체를 사건 하나의 영향으로 계산한 값은 아니에요.

그런데 11월 10일에는 비트코인 종가가 약 17,554달러로 반등했어요. 전날보다 약 10.5% 높은 수준입니다. 같은 날 미국 노동통계국은 10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같은 달보다 7.7% 올랐다고 발표했어요. 9월의 8.2%보다 상승률이 낮아졌습니다. 물가가 내려갔다는 의미가 아니라, 전년 대비 오르는 속도가 둔화됐다는 뜻이에요.

물가 둔화는 앞으로 연준이 금리를 얼마나 더 올릴지를 판단하는 재료였어요. 실제 금리 인하가 결정된 날은 아니었습니다. FTX 위기가 이어지는 중에도 시장은 미국의 새 물가 지표를 함께 받아들이고 있었죠. 다음 날 FTX가 파산을 신청했다는 사실까지 놓고 보면, 하루의 가격 반등과 거래소의 자금 사정은 따로 확인해야 했습니다.

파산 뒤 드러난 고객 자금의 행방

출금이 몰린 이유와 돌려줄 자산이 부족했던 이유는 각각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고객들이 한꺼번에 돈을 찾으러 왔다는 설명만으로는, 그 전에 맡긴 자산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알 수 없으니까요.

파산 후 경영을 맡은 존 레이는 12월 13일 미국 하원에 제출한 증언 자료에서 FTX.com 고객 자산이 알라메다의 자산과 섞였고, 알라메다가 고객 자금으로 마진 거래를 해 큰 손실 위험에 노출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내부 통제와 기록 관리의 심각한 문제도 지적했어요. 이는 11월 초 고객들이 실시간으로 확인했던 정보가 아니라, 파산 수습 과정에서 조사한 내용입니다.

고객 잔고 뒤에서 흘러간 자금고객 잔고 뒤에서 흘러간 자금2022.12.13 존 레이의 하원 제출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고객 자산FTX.com에 예치알라메다자산 혼합 · 자금 사용마진 거래투자 손실 위험에 노출화면에 남은 고객 잔고반환 의무는 남아 있음실제로 돌려줄 수 있는 자산거래 손실 · 자금 사용에 따라 부족해질 수 있음파산 후 조사 내용의 구조도 · 금액과 이동 비율을 나타낸 그림은 아닙니다.
파산 이후 밝혀진 고객 자금의 사용 구조. 존 레이의 2022년 12월 하원 제출 자료 기준.

마진 거래는 빌린 돈 등을 이용해 자기 자금보다 큰 규모로 투자하는 방식이에요. 가격이 불리하게 움직이면 손실도 빠르게 커질 수 있습니다.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자산이 이런 거래에 쓰였다면, 거래소 화면에 표시된 고객 잔고와 실제로 반환할 수 있는 자산 사이에 구멍이 생겨요.

여기에 FTT 가격 하락까지 겹쳤습니다. 보유 자산을 팔거나 담보로 맡겨 돈을 마련하려 해도, 자산 가치가 줄고 거래 상대가 의심하기 시작하면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요. 파산 뒤 드러난 고객 자금 사용 문제와 11월의 출금 사태가 이 지점에서 맞물립니다.

바이낸스의 매각 발표 뒤 출금이 급증했지만, 고객 자금의 사용과 관리 부실은 그보다 앞서 회사 안에 쌓여 있었습니다. 고객들이 돈을 빼려 하자 그 부족분을 더는 감출 수 없게 된 거예요.

11월 말에는 블록파이까지

충격은 FTX 고객에게서 끝나지 않았어요. 11월 28일 코인 대출업체 블록파이(BlockFi)와 계열사들도 뉴저지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습니다. 로이터는 법원 자료를 바탕으로 블록파이가 앞서 받은 대출과 관련해 FTX에 2억 7,500만 달러를 갚아야 했다고 보도했어요. 여름에 자금을 지원하던 쪽과 지원받던 쪽이 모두 파산 절차에 놓였습니다.

한국에서도 FTX 파산과 FTT 거래 위험이 보도됐습니다. 해외 거래소를 직접 쓰던 사람은 출금 문제를, 국내에서 FTT를 거래하던 사람은 토큰 가격과 거래 지원 문제를 마주했어요. 같은 사건이 이용한 서비스와 보유 자산에 따라 서로 다른 형태로 도착한 거죠.

2020년 이후 코인 시장에는 개인과 채굴자 외에도 대출업체, 트레이딩 회사, 투자펀드 등 여러 사업자가 깊이 들어와 있었어요. 거래소를 통해 매매하고, 다른 회사에서 돈을 빌리고, 코인을 담보로 맡기는 거래가 늘면서 한 회사의 자금난이 연결된 상대에게도 번질 수 있었습니다. 2022년 여름부터 11월까지의 파산이 그 연결을 드러냈어요.

이후의 기록: 2024년 3월 28일, 미국 법원은 SBF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습니다. 2022년 11월 당시의 의혹과 혼란을 다룬 보도, 파산 후 조사, 이후 형사재판의 결과는 이렇게 시간 차를 두고 이어졌어요.

2022년의 연재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7-1부에서는 2023년 미국 은행 사태와 USDC 가격 이탈, 비트코인 반등을 다룹니다. 거래소 소송과 현물 ETF 신청은 이어지는 7-2부에서 살펴볼게요.


다음 편: 7-1부|2023년 미국 은행 파산과 비트코인 반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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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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