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미국 은행의 파산 소식이 코인 시장으로 번졌어요. 거래소에서 쓰던 달러 송금 서비스가 중단되고, 1달러에 맞춰 거래되던 USDC의 가격도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그달 비트코인은 2만 달러 부근에서 2만 8천 달러대로 올라왔어요.
6-3부의 FTX 파산 이후 이야기입니다. 이번 편에서는 코인 회사들이 이용하던 은행, USDC의 준비금, 은행에 긴급 자금을 빌려준 연준을 따라갑니다. 은행 위기와 비트코인 반등 사이에 어떤 발표와 거래가 있었는지 날짜순으로 살펴볼게요.
비트코인은 1월부터 반등하고 있었어요
2022년 마지막 날, 코인베이스의 비트코인 달러 종가는 약 16,530달러였어요. 한 달 뒤인 2023년 1월 31일에는 약 23,129달러로 올라왔습니다. 1월 상승률은 약 39.9%였어요. FTX 사태 뒤의 반등은 3월 은행 파산보다 먼저 시작돼 있었습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도 계속되고 있었어요. 연준은 2월 1일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0.25%포인트 높여 4.50~4.75%로 정했습니다. 물가 상승세가 다소 완화됐다고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봤어요. 보유 국채와 주택저당증권을 줄이는 양적긴축도 유지했습니다.
지난해의 빠른 금리 인상은 은행이 이미 사놓은 채권에도 영향을 주고 있었어요. 새로 발행되는 채권의 이자가 높아지면, 예전에 낮은 이자로 발행된 채권은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집니다. 같은 조건이라면 가격이 내려가야 구매자를 찾기 쉬워져요.
3월 8일, 실버게이트가 자발적 청산을 발표했어요
실버게이트(Silvergate)는 코인 회사들이 달러 계좌와 송금에 이용하던 미국 은행이었어요. 코인 거래소가 고객의 달러를 받고 다른 회사로 송금하려면 은행과의 연결이 필요합니다. 코인은 밤이나 주말에도 거래되니, 돈을 옮길 수 있는 시간도 중요했죠.
실버게이트의 SEN(Silvergate Exchange Network)은 참여 고객들이 은행 안에서 달러를 주고받는 데 쓰던 네트워크였어요. 회사는 2023년 1월 실적 설명에서 SEN을 24시간, 주 7일 운영한다고 밝혔습니다. 비트코인을 매수하는 투자자와는 다른 역할로, 은행이 코인 사업자들의 결제를 지원하고 있었던 거예요.
FTX 파산 이후 고객들이 돈을 빼면서 부담이 커졌어요. FDIC가 3월 말 의회에 설명한 자료에 따르면, 실버게이트의 디지털자산 고객 예금은 2022년 4분기에 119억 달러에서 38억 달러로 약 68% 감소했습니다. 은행은 인출에 대응하려고 보유 채권을 팔았고 손실을 입었어요.
실버게이트는 3월 3일 SEN 중단을 알린 뒤, 8일에는 은행 영업을 정리하고 자발적으로 청산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발표한 계획에는 예금 전액 상환이 포함돼 있었어요. 뒤이어 당국이 폐쇄한 SVB와는 절차가 달랐습니다. 코인 업체들로서는 달러를 주고받던 은행과 서비스를 대체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SVB는 왜 채권을 팔고도 버티지 못했을까
실리콘밸리은행(SVB)의 주요 고객은 기술기업과 벤처투자 관련 회사들이었어요. 투자금을 유치한 기업의 큰 예금이 들어오는 은행이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직원 월급이나 운영비로 써야 하는 돈이니, 필요할 때 인출할 수 있어야 했죠.
은행은 받은 예금을 전부 현금으로 쌓아두지는 않아요. 일부는 대출하고, 일부는 국채나 주택저당증권 같은 자산에 투자합니다. SVB에는 금리가 낮을 때 매입한 장기 채권이 많이 쌓여 있었어요. 이후 금리가 오르며 채권의 시장가격이 내려갔고, 고객의 예금 인출까지 겹쳤습니다. 연준은 4월에 낸 사후 보고서에서 이런 금리 위험과 유동성 관리의 문제를 분석했어요.
예를 들어 액면 100에 매년 이자 1을 주는 채권을 생각해 볼게요. 새 채권은 같은 액면에 이자 5를 준다면, 기존 채권을 100에 사려는 사람은 줄겠죠. 기존 채권의 시장가격이 내려가는 이유예요. 이 숫자는 원리를 설명하기 위한 가정이고, 실제 채권 가격은 남은 만기와 지급 조건에 따라 정해집니다.
만기까지 들고 있으면 계약에 따른 원금을 받을 수 있는 채권도, 오늘 급히 팔 때는 낮아진 시장가격을 받아야 해요. 예금 인출이 몰리면 은행은 만기까지 기다리기 어렵습니다. 장부 안에 있던 평가손실이 매각을 통해 실제 손실로 확정될 수 있죠.
SVB는 3월 8일 약 210억 달러의 매도가능증권을 매각했고, 그 결과 세후 약 18억 달러의 손실이 생겼다고 발표했습니다. 동시에 자본 확충 계획도 내놨어요. 다음 날에는 대규모 예금 인출이 이어졌습니다. 연준의 4월 조사에 따르면 3월 9일 하루 인출액은 400억 달러를 넘었어요. 보고서는 은행 경영진의 위험 관리 실패와 감독상의 문제를 함께 지적했습니다.
3월 10일 캘리포니아 당국은 SVB를 폐쇄했고, FDIC가 파산관재인으로 지정됐어요. 고객들은 얼마를 언제 돌려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야 했습니다.
USDC 준비금 33억 달러가 SVB에 있었어요
SVB의 예금주 중에는 USDC 발행사인 서클(Circle)도 있었습니다. USDC는 달러와 단기 미국 국채 등의 준비금을 바탕으로 1개당 1달러 상환을 목표로 운영하는 스테이블코인이에요. 코인 거래나 송금에 쓰이지만, 그 뒤에는 은행 계좌와 국채 보관·운용 체계가 연결돼 있습니다.
서클은 SVB에 맡긴 준비금이 33억 달러, 전체 USDC 준비금의 약 8%라고 밝혔어요. 준비금 전체가 SVB에 있던 건 아니었지만, 그 돈에 언제 접근할 수 있을지가 불확실해졌습니다. 이 소식은 주말에도 계속 열려 있는 코인 시장으로 곧바로 전해졌어요.
USDC를 가진 사람은 시장에서 다른 코인으로 바꿀 수 있어요. 달러 상환을 기다리는 대신 당장 팔려는 사람이 늘면, 거래소 가격은 1달러 아래로 내려갈 수 있습니다. 목표 가격과 실제 거래가격이 벌어지는 현상을 디페그(depeg)라고 불러요.
위 차트는 바이낸스에서 USDC가 USDT와 거래된 기록입니다. 원본 데이터가 시작하는 3월 11일 14시 UTC의 시간봉 종가는 0.9129USDT였어요. 13일 마지막 시간봉 종가는 0.9949USDT로 올라왔습니다. 1USDC와 1USDT의 교환가격이 다시 가까워진 거예요.
USDT도 별도의 스테이블코인이어서 이 차트의 숫자를 정확한 달러 가격으로 읽을 수는 없어요. 데이터가 없는 11일 오전까지 선을 이어 그리지도 않았습니다. 당시 가격 이탈 이후의 회복 구간을 보여주는 자료예요.
2022년 UST·루나 사태에서는 두 토큰의 교환 구조가 붕괴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이번 USDC에서는 달러 준비금을 맡긴 은행의 폐쇄와 예금 회수 여부가 문제가 됐어요. 각각 무엇으로 상환을 뒷받침하고 있었는지에 따라 위기가 전해지는 경로도 달랐습니다.
3월 12일, 예금 보호와 긴급 대출이 발표됐어요
미국 현지 일요일인 3월 12일, 재무부·연준·FDIC는 SVB 예금주가 13일부터 예금 전액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어요. 같은 날 폐쇄된 시그니처은행(Signature Bank)의 예금주도 전액 보호하기로 했습니다. 시그니처 역시 디지털자산 사업자들에게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던 곳이었어요.
이번 조치는 두 은행에 시스템 위험 예외를 적용한 것이었습니다. 미국 모든 은행의 예금을 일괄 무제한 보장한다는 발표는 아니었어요. 주주와 일부 무담보 채권자는 보호 대상에서 제외됐고, 고위 경영진도 물러났습니다. 예금보험기금에 생기는 관련 손실은 은행들에 대한 특별 부과금으로 회수하도록 했어요.
서클도 같은 날 발표문에서 SVB에 있던 33억 달러를 월요일 은행 영업이 시작되면 이용할 수 있다고 알렸습니다. USDC 준비금의 일부가 묶일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줄어든 거예요. 블록체인 위에서 거래되던 토큰의 가격 회복에, 은행 예금 처리에 관한 정부 결정이 직접 관련돼 있었습니다.
연준은 은행기간대출프로그램(BTFP)도 만들었어요. 자격을 갖춘 은행 등이 국채와 적격 주택저당증권 등을 담보로 맡기면 최대 1년 동안 자금을 빌릴 수 있게 한 제도입니다. 담보는 떨어진 시장가격 대신 액면가로 평가하도록 했어요. 은행이 예금 인출에 대응하려고 채권을 급히 팔아 손실을 확정하는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은행은 담보를 내고 대출을 받은 뒤 상환해야 했어요. 연준이 채권을 사들이는 양적완화와 거래 방식이 다릅니다. 은행에 긴급 유동성을 공급하는 조치와, 물가를 낮추기 위한 정책금리 결정이 함께 진행되던 시기였죠.
은행 위기 뒤 비트코인이 오른 이유로 나온 설명들
비트코인은 SVB가 폐쇄된 3월 10일, 코인베이스 UTC 종가 기준 약 20,230달러였어요. 13일에는 24,220달러, 17일에는 약 27,454달러로 올라왔습니다. 10일에서 17일까지 종가 기준 약 35.7% 상승했어요.
당시에는 몇 가지 해석이 함께 나왔어요. 은행에 대한 불안 때문에 비트코인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가 있다는 설명, 금융 불안으로 연준이 금리 인상을 늦출 것이라는 기대, 당국의 유동성 지원이 시장의 불안을 줄였다는 해석이었습니다. 3월 20일 로이터 보도도 이런 기대와 시장 참가자들의 의견을 전했어요.
비트코인을 직접 보관하면 특정 은행에 예금 반환을 요청하는 방식과는 다른 보유 형태가 됩니다. 은행 파산 소식 속에서 이런 특징이 다시 주목받을 수 있었어요. 다만 위 차트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가격과 날짜입니다. 은행에서 빠진 예금 중 얼마가 비트코인 매수에 쓰였는지까지 보여주는 자료는 아니에요.
금리 기대도 매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어요. 앞으로 금리가 덜 오르거나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면, 투자자는 향후 자금 조달 비용과 현금·채권의 수익을 다시 계산합니다. 정책이 실제로 바뀌기 전에 이런 예상이 거래에 반영될 수 있죠. 그 예상대로 연준이 움직일지는 이후 발표를 확인해야 했습니다.
3월 22일, 연준은 금리를 또 올렸어요
은행 사태 직후에도 물가는 높은 수준이었어요. 3월 14일 발표된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6.0%였습니다. 전월 대비로도 0.4% 올랐어요. 은행의 자금 문제에 대응하는 동안 물가 상승을 억제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었습니다.
연준은 3월 22일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다시 0.25%포인트 올려 4.75~5.00%로 정했어요. 동시에 은행 사태가 가계와 기업의 대출 여건을 더 까다롭게 만들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추가로 긴축이 필요할 수 있다는 입장과 보유 자산 축소 방침도 유지했어요.
은행이 대출 심사를 강화하거나 대출 규모를 줄이면 기업은 돈을 구하기 어려워지고, 투자와 소비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요. 연준은 기준금리뿐 아니라 은행을 통해 실제로 돈이 얼마나 공급되는지도 살펴야 했습니다. 3월의 긴급 지원과 금리 인상은 이런 상황에서 함께 나온 결정이었어요.
비트코인은 3월 말 약 28,474달러로 마감했고, 4월 11일 종가는 약 30,227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은행 문제는 더 이어졌어요. 5월 1일에는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폐쇄됐고, JP모건체이스가 예금 전부와 자산 대부분을 인수했습니다.
코인 회사 옆에는 은행과 국채 운용사가 있었어요
이 시기 은행들은 코인을 직접 사는 역할만으로 시장과 연결된 게 아니었어요. 실버게이트와 시그니처는 달러 계좌와 결제 서비스를 제공했고, SVB는 서클의 준비금 일부를 예금으로 보관했습니다. 개인이 거래소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쓰는 과정 뒤편에 이런 금융기관들이 있던 거예요.
서클은 당시 준비금 중 약 77%가 단기 미국 국채였으며, BNY멜론의 보관과 블랙록의 운용 체계를 이용한다고 설명했어요. 여기서 블랙록의 역할은 준비자산 운용이었습니다. 기업이 비트코인을 자기 자금으로 사는 것과는 다른 참여 방식이죠.
스테이블코인과 미국 국채의 관계는 나중에 화폐 이야기를 다룰 때 더 이어갈 수 있어요. 다음 7-2부에서는 2023년 거래소 소송과 리플 판결,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을 다루겠습니다.
다음 편: 7-2부|2023년 SEC 소송과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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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은행 사태와 USDC
- 실버게이트 — SEN 운영 및 실적 설명 (2023.1.17)
- 실버게이트 — 은행 영업 종료·자발적 청산 계획 (2023.3.8)
- FDIC — 실버게이트·SVB·시그니처 사태와 당국 대응 (2023.3.29)
- 연준 — SVB의 성장과 자산·예금 구조 조사 (2023년 4월)
- 연준 — SVB 위험 관리·감독 조사 핵심 내용 (2023년 4월)
- FDIC — SVB 폐쇄 및 처리 기록
- 서클 — SVB 예금 33억 달러와 USDC 준비금 현황
- FDIC — 퍼스트리퍼블릭 예금·자산 인수 발표 (2023.5.1)
연준 정책과 물가
- 연준 — 2월 FOMC 성명 (2023.2.1)
- 미국 재무부·연준·FDIC — SVB·시그니처 예금 보호 공동 발표 (2023.3.12)
- 연준 — 은행기간대출프로그램 BTFP 도입 (2023.3.12)
- 미국 노동통계국 — 2023년 2월 소비자물가 발표 (2023.3.14)
- 연준 — 3월 FOMC 성명 (2023.3.22)
당시 보도와 영상
- 로이터 — 은행 불안 속 비트코인 반등과 금리 기대 (2023.3.20)
- YTN24 — SVB 파산 당시 해설·방송 원문 (2023.3.13)
- YTN — SVB 파산 당시 공식 영상 (2023.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