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5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바이낸스를 상대로 소송을 냈어요. 다음 날에는 코인베이스가 제소됐습니다. 그런데 열흘 뒤,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신청했어요. 거래소들은 법정에 서게 됐고, 자산운용사는 비트코인을 담은 금융상품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7-1부의 미국 은행 사태에 이어, 이번에는 2023년 여름부터 연말까지의 이야기예요. 거래소 제소와 리플 판결, 현물 ETF 신청, 바이낸스의 합의가 이어졌던 시간을 돌아봅니다.
6월, SEC가 대형 거래소 두 곳을 제소했어요
SEC는 미국의 증권시장을 감독하는 기관이에요. 주식뿐 아니라, 돈을 모아 다른 사람의 사업 성과로 수익을 얻도록 하는 일부 투자계약도 증권 규제를 받습니다. 코인 시장에서는 어떤 토큰 판매와 서비스가 여기에 해당하는지가 오래된 쟁점이었어요.
6월 5일 SEC는 바이낸스와 미국 사업 관련 법인, 창업자 창펑자오(CZ)를 상대로 13개 항목의 증권법 위반 혐의를 제기했습니다. 등록하지 않은 거래소 운영과 토큰 판매, 미국 고객 접근 통제, 고객 자산 관리 등이 포함됐어요. 이 내용은 소송을 낸 SEC의 주장이었고, 제소 당일 법원이 위법성을 확정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6월 6일 코인베이스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는 거래소·중개·청산 기능을 필요한 등록 없이 제공했다는 점과 스테이킹 서비스가 쟁점이 됐어요. 청산은 거래 뒤 누가 얼마를 주고받아야 하는지 정리하는 과정이고, 스테이킹 서비스는 고객의 코인을 모아 블록체인 운영에 참여한 뒤 보상의 일부를 나누는 사업입니다.
코인베이스도 규칙이 불명확하다는 입장을 내고 있었어요. 이미 4월에는 SEC에 제출했던 규칙 제정 청원에 답해 달라며 법원에 요청했습니다. 기존 증권법을 적용하려는 감독기관과, 코인 사업에 맞는 명확한 규칙을 요구하는 회사가 충돌하고 있었던 거예요.
이용자에게는 거래소가 앞으로 어떤 코인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가 걸린 일이었어요. 코인 가격을 보는 일에 법원 문서와 감독기관 발표를 확인하는 일이 더해졌습니다. 다만 두 거래소의 제소를 FTX처럼 출금이 멈추고 파산한 사건과 같은 것으로 묶을 수는 없어요. 소송의 내용과 사업자의 자금 사정은 각각 확인해야 했습니다.
6월 15일, 블랙록의 신청서가 나왔어요
블랙록은 고객의 돈을 펀드와 여러 금융상품으로 운용하는 회사예요. 6월 15일 SEC에 제출한 서류의 이름은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iShares Bitcoin Trust)였습니다.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그 가격을 따라가도록 만든 상품의 지분을 증권거래소에서 거래하게 하려는 계획이었어요.
시장에서는 이를 비트코인 현물 ETF라고 불렀어요. ETF는 투자자가 증권계좌에서 주식처럼 사고파는 상장지수펀드입니다. 여기서 ‘현물’은 상품이 실제 비트코인을 보유한다는 뜻이에요. 2021년 미국에 등장했던 선물 ETF는 비트코인 가격과 연결된 선물계약에 투자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신청서에는 비트코인을 맡아 보관할 곳으로 코인베이스 커스터디, 현금 보관과 관리 업무를 맡을 곳으로 BNY멜론이 적혀 있었어요. 운용사, 보관회사, 증권거래소가 각자 맡을 일이 구체적으로 등장했습니다. 코인베이스 그룹은 거래소 사업을 둘러싼 소송과 별개로 이런 보관 사업에도 연결돼 있었던 거죠.
당시 가격도 빠르게 움직였어요. 코인베이스의 BTC/USD 일별 종가는 6월 4일 약 27,122달러에서 5일 25,742달러로 내려갔습니다. 14일에는 25,123달러였고, 블랙록이 신청한 15일에는 25,570달러, 23일에는 30,708달러를 기록했어요. 모두 UTC 기준 종가로, 한국 원화 가격이나 장중 최고가와는 기준이 다릅니다.
신청서 제출 뒤 비트코인이 올랐지만, 이 가격표만으로 블랙록 관련 자금이 얼마나 유입됐는지를 계산할 수는 없어요. 이때 미국 현물 ETF는 심사 단계였고, 투자자가 그 상품을 매수할 수 있는 시점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회사가 비트코인을 사는 것과 ETF를 만드는 것
2020년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매입에서는 회사가 자기 자산으로 비트코인을 보유했어요. 현물 ETF를 준비하는 운용사는 고객에게 투자상품을 제공하려는 쪽입니다. 상품 안에 비트코인을 담고, 투자자는 그 상품의 지분을 갖게 되는 구조예요.
예를 들어 투자자가 증권계좌에서 현물 ETF를 산다면 계좌에는 ETF 주식이 표시돼요. 개인 지갑의 비밀키를 관리하거나 코인을 다른 지갑으로 송금할 필요가 줄어듭니다. 대신 상품의 수수료와 보관 방식, 거래 시간 같은 조건을 따르게 돼요. ETF 주식을 결제용 비트코인처럼 보내서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증권시장에서 ETF 주식이 한 번 거래될 때마다 같은 금액의 비트코인이 새로 매입되는 건 아니에요. 이미 발행된 주식을 투자자끼리 사고팔 수도 있습니다. 상품의 신규 지분을 만들거나 되사는 설정·환매 과정과, 거래소에서 투자자끼리 주식을 교환하는 과정은 구분돼요.
개인과 채굴자, 기업의 직접 매입에 더해 자산운용·보관·증권중개가 만나는 경로가 준비되고 있었어요. 기관의 참여가 늘어난다는 말에는 이렇게 서로 다른 역할이 들어 있습니다. 신청서를 낸 회사의 전체 운용자산이 비트코인으로 옮겨온다는 뜻은 아니었어요.
7월 13일, 리플 판결은 판매 방식을 나눠 봤어요
코인 거래소 소송과 함께 관심을 모은 사건은 SEC와 리플의 분쟁이었습니다. 2020년 말 시작된 소송에서 SEC는 리플의 XRP 판매가 등록하지 않은 증권 판매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어요. 2023년 7월 13일 뉴욕남부연방법원은 양측의 약식판결 신청에 대해 판단을 내렸습니다.
법원은 리플이 계약을 맺고 기관에 직접 판매한 XRP에 대해서는 등록하지 않은 투자계약 판매라고 판단했어요. 구매자들이 리플의 사업적 노력을 통해 수익을 얻을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기대했다는 이유였습니다.
반면 리플이 거래소에서 상대방을 모르는 주문 방식으로 판매한 경우에는 투자계약 판매로 인정하지 않았어요. 구매자가 돈을 리플에 내는지, 다른 판매자에게 내는지 알 수 없었다는 거래 구조 등이 판단에 반영됐습니다.
같은 XRP라도 이 사건에서 다룬 판매 방식에 따라 결론이 나뉜 셈이에요. 법원은 일반적인 2차 시장 거래 전체의 법적 성격은 이번 판단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이 판결의 범위는 리플의 구체적인 판매 기록에 있었고, 다른 토큰과 거래소의 소송은 각자의 사실관계를 두고 이어졌어요.
8월 29일, 그레이스케일이 SEC의 거절을 뒤집었어요
그레이스케일은 이미 비트코인을 보유하는 투자신탁 GBTC를 운영하고 있었어요. 비트코인을 직접 지갑에 넣는 대신, 신탁의 주식을 통해 가격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었습니다. 그레이스케일은 이를 현물 ETF로 전환하려 했지만 SEC가 2022년 거절했고, 그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냈어요.
쟁점은 선물 상품을 허용하면서 현물 상품은 거절한 이유였습니다. SEC는 시장 조작 위험과 감시 체계를 검토했어요. 그레이스케일은 이미 허용된 비트코인 선물 상품과 자신들의 상품이 규제상 중요한 부분에서 비슷한데, 다르게 취급할 충분한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8월 29일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은 SEC가 그 차이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며 거절 결정을 취소했어요. SEC는 다시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법원이 그날 ETF의 상장과 거래까지 승인한 것은 아니었어요.
판결 당일 비트코인 종가는 약 27,718달러로 전날 26,101달러보다 약 6.2% 올랐어요. 이틀 뒤인 31일에는 25,932달러로 내려왔습니다. 승인 기대가 커졌어도 가격이 계속 한 방향으로 움직인 것은 아니었죠.
10월에는 ETF 승인 오보까지 나왔습니다
10월 16일 코인텔레그래프는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됐다는 내용을 X에 게시했어요.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매체는 같은 날 사과문에서 출처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정보가 편집 승인 없이 올라갔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직 승인되지 않은 상품이 시장의 큰 관심사가 된 시기였어요. 실제로 SEC에 제출된 신청서, 법원의 판단, 소셜미디어에서 퍼진 소식이 함께 읽히고 있었습니다. 비트코인 종가는 10월 1일 약 27,995달러에서 23일 33,088달러로 올라왔어요.
2023년 마지막 날 종가는 약 42,288달러였습니다. 2022년 마지막 날 16,530달러와 비교하면 연간 상승률은 약 155.8%예요. 여름의 조정과 가을 이후 상승이 함께 들어 있는 수치입니다. 이 차트는 사건의 날짜와 가격을 나란히 보여주며, 각 사건이 상승분 중 얼마를 만들었는지 추정한 자료는 아니에요.
11월 21일, 바이낸스의 합의와 CZ의 사임
비트코인이 반등하는 동안 바이낸스의 수사도 진행됐습니다. 11월 21일 미국 법무부는 바이낸스가 자금세탁방지 의무, 송금업 등록, 제재 관련 법 위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합의했다고 발표했어요. 회사가 부담하기로 한 몰수금과 형사 벌금의 합계는 약 43억 1,600만 달러였습니다.
CZ도 효과적인 자금세탁방지 체계를 유지하지 않은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CEO에서 물러났어요. 회사에는 3년간 독립적인 준법감시인을 두고 자금세탁방지·제재 준수 체계를 개선하는 조건도 붙었습니다.
6월 SEC 소송과 11월 합의는 서로 다른 절차였어요. 11월 발표는 법무부와 재무부 산하 기관들,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조율된 조치였습니다. 증권법에 따른 거래소 등록 문제와, 고객 확인·자금세탁방지·제재 준수 문제는 적용되는 법과 감독기관이 달랐습니다.
코인 사업자가 미국 고객과 금융시스템을 이용하면서 지켜야 할 의무가 경영진 교체와 큰 비용으로 이어진 사건이었어요. 거래소의 사업 규모만큼 고객 확인과 거래 감시 체계를 갖추는 일도 비용과 책임으로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연준은 연말까지 금리를 내리지 않았어요
이 시기 미국의 금리는 여전히 높았어요. 연준은 7월 26일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0.25%포인트 높여 5.25~5.50%로 정했습니다. 12월 13일 회의에서도 이 범위를 유지했고, 보유 국채와 주택저당증권을 줄이는 양적긴축도 계속했어요.
높은 금리에서는 돈을 빌려 투자하는 비용이 커지고, 현금이나 채권에서도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을 사려는 사람도 이런 대안과 자금 조달 비용을 함께 따지게 돼요. 2023년의 반등은 금리를 이미 내린 뒤에 나타난 움직임은 아니었습니다.
12월 경제전망에는 다음 해의 다른 경로가 담겼어요. 정책위원들이 예상한 2024년 말 정책금리 중간값은 4.6%로, 9월 전망의 5.1%보다 낮아졌습니다. 당시 5.25~5.50% 범위의 중간값에서 약 0.75%포인트 낮은 수준으로, 0.25%포인트씩 약 세 차례 인하에 해당했어요.
이는 위원들의 전망을 모은 값이고, 실제 인하 결정과 시점은 다음 해 경제 상황에 달려 있었어요. 투자자는 당장의 높은 금리와 앞으로 낮아질 가능성을 함께 보고 있었습니다. ETF 승인 기대와 금리 전망이 같은 시장에 반영될 수 있었지만, 연간 상승률을 두 요인으로 정확히 나누기는 어렵습니다.
2024년에는 신청서가 실제 상품이 됩니다
2023년 말에도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은 남아 있었어요. 거래소는 소송에 대응하고, 운용사들은 상품을 준비했으며, 보관회사는 비트코인을 맡을 역할을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개인 투자자가 코인을 사는 시장 옆으로 증권계좌와 자산운용 사업이 더 가까이 들어온 한 해였어요.
SEC의 현물 비트코인 상장상품 승인 발표는 이듬해인 2024년 1월 10일에 나왔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승인 이후 실제 거래와 자금 유입, 비트코인 반감기로 이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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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거래소 소송과 리플 판결
- SEC — 바이낸스·CZ 제소 발표 (2023.6.5)
- SEC — 코인베이스 제소 발표 (2023.6.6)
- Coinbase — 규칙 제정 청원에 대한 답변 요청 (2023.4.24)
- 뉴욕남부연방법원 — 리플 판결문 (2023.7.13)
현물 ETF 신청과 바이낸스 합의
- BlackRock —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 최초 신청서 (2023.6.15)
-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 — 그레이스케일 판결문 (2023.8.29)
- Cointelegraph — ETF 승인 오보 경위·사과 (2023.10.16)
- 미국 법무부 — 바이낸스 합의와 CZ 유죄 인정·사임 (2023.11.21)
- SEC — 현물 비트코인 상장상품 승인 발표 (2024.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