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역사 5-2부|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실험과 두 번째 불장

2021년 9월 7일, 엘살바도르에서는 비트코인으로 물건값을 낼 수 있는 새 제도가 시작됐어요. 정부가 만든 지갑 앱과 전용 ATM이 등장했고, 비트코인은 한 나라의 법정화폐가 됐죠. 몇 달 전 테슬라의 매입 소식에 들썩이던 시장에 이번에는 국가가 들어왔어요.

10월에는 미국 주식시장에서 비트코인 선물 ETF가 거래를 시작했고, 11월 비트코인은 장중 6만 9천 달러에 도달했어요. 봄의 고점을 넘긴 두 번째 상승장이었죠. 다만 연말까지 그 가격이 이어지지는 않았어요. 물가 상승이 거세지는 동안 연준은 코로나 때 시작한 지원을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엘살바도르 현장, 2021.9.7. Global News.

중국에서 멈춘 채굴기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5-1부의 마지막은 중국의 채굴 단속이었어요. 전원을 내린 채굴 시설이 늘자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연산 능력인 해시레이트가 급감했죠. 채굴업자는 장비를 팔거나, 다른 나라로 옮겨 다시 가동할 곳을 찾아야 했어요.

채굴은 장비를 비행기에 싣는 것만으로 재개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에요. 대량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계약, 열을 빼낼 냉각 시설, 장비를 놓을 공간이 함께 필요해요. 해외 이전에는 운송과 설치 시간이 들고, 그동안 전원이 꺼진 장비에서는 채굴 수익이 나오지 않죠. 규제 발표가 실제 사업 비용으로 이어지는 과정이었어요.

케임브리지대 대안금융센터가 2021년 10월 공개한 추정치에서는 그 이동이 드러나요. 세계 비트코인 해시레이트에서 미국의 비중은 4월 16.8%에서 8월 35.4%로 높아졌어요. 같은 기간 카자흐스탄은 8.2%에서 18.1%, 러시아는 6.8%에서 11.0%로 올라갔죠. 중국 단속 전부터 커지던 나라들의 비중이 더 확대된 거예요.

세계 비트코인 해시레이트 추정 점유율. 2021년 4월에서 8월 사이 미국 16.8%에서 35.4%, 카자흐스탄 8.2%에서 18.1%, 러시아 6.8%에서 11.0%.
주요 3개국의 비트코인 채굴 비중, Cambridge CCAF·2021.10.13 발표.

이 수치는 협력 채굴풀에서 얻은 위치 정보를 바탕으로 한 추정치예요. 각 나라가 세계 연산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주며, 중국에서 옮겨온 장비의 수를 직접 센 통계는 아닙니다. 중국의 미신고 채굴처럼 표본에 잡히기 어려운 활동도 있었어요. 2022년 공개된 후속 연구에서는 중국 내 채굴이 다시 관찰됐고, 세계 해시레이트는 2021년 말 단속 이전 수준에 거의 회복한 것으로 분석됐어요.

채굴 기반이 재편되는 동안 가격도 바닥권을 벗어나기 시작했어요. Coinbase Exchange 기준 7월 20일 비트코인 종가는 약 2만 9,796달러였고, 9월 6일에는 약 5만 2,699달러까지 올라왔어요. 봄의 급락 이후에도 네트워크는 작동했고, 채굴업은 여러 나라의 전력 시장과 규제를 바탕으로 다시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엘살바도르는 왜 비트코인을 돈으로 쓰려 했을까요?

엘살바도르는 이미 미국 달러를 쓰던 나라였어요. 2021년 6월 의회에서 통과된 비트코인법은 9월 7일부터 시행됐고, 달러와 함께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받아들였죠. 정부가 기대한 것은 해외에서 가족에게 보내는 송금의 비용을 낮추고,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새로운 결제 통로를 제공하는 일이었어요.

해외 송금은 받는 사람에게 생활비가 되는 돈이에요. 수수료가 줄고 도착이 빨라지면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이 늘어나죠. 하지만 송금을 받는 사람은 코인을 사서 장기 투자하려는 사람과 사정이 달라요. 오늘 받은 돈으로 내일 식료품을 사야 한다면, 그 사이 가격이 얼마나 움직일지가 큰 문제가 됩니다.

정부는 치보(Chivo)라는 전자지갑을 내놓았어요. 달러와 비트코인을 함께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요건을 충족한 가입자에게 30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제공했죠. 비트코인을 달러로 자동 전환하는 장치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 예산으로 1억 5천만 달러 규모의 신탁기금도 마련했어요. 당시 법은 기술적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사업자가 비트코인 결제를 받아들이도록 했습니다.

가게 주인이 비트코인으로 결제받고 곧바로 달러로 전환할 수 있다면, 하루 매출 전체를 비트코인으로 보관해야 하는 부담은 줄어요. 그 대신 환전 서비스를 누가 운영하고, 필요한 달러를 어디서 마련하며, 장애가 나면 어떻게 처리할지가 새 과제가 되죠. 지갑 앱의 편의성과 정부가 부담할 비용도 이 실험의 일부였어요.

출발은 매끄럽지 않았어요. 시행 첫날 치보 앱에는 기술적인 문제가 생겼고, 반대 시위도 이어졌어요. 같은 날 Coinbase의 비트코인 종가는 전날 약 5만 2,699달러에서 약 4만 6,895달러로 약 11% 하락했어요. 국가의 채택 소식과 큰 가격 변동이 같은 날 나타난 겁니다. 법은 6월부터 알려져 있었고, 시행 당일의 하락을 엘살바도르 한 가지 사건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워요.

IMF 직원들은 그해 11월 평가에서 결제 접근성 개선의 취지는 인정하면서도, 비트코인의 높은 변동성과 소비자 보호, 금융 안정, 정부 재정 부담을 우려했어요. 국가의 매입 규모만큼이나 시민들이 일상에서 계속 사용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죠. 여기까지는 2021년 당시 제도와 논쟁에 관한 이야기예요.

9월, 중국은 거래 서비스까지 더 강하게 막았어요

같은 달 중국에서는 정반대 방향의 발표가 나왔어요. 9월 24일 중국 인민은행은 관련 부처들과 마련한 가상자산 규제 방침을 설명했어요. 가상자산 교환, 거래 중개, 토큰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관련 파생상품 거래 등의 서비스를 불법 금융활동으로 규정했고, 해외 거래소가 중국 본토 주민에게 인터넷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도 여기에 포함했죠.

상반기에는 채굴 시설의 전원을 끄는 문제가 컸다면, 하반기에는 이용자가 접근하는 거래 서비스에도 제한이 강화된 거예요. 거래소가 국외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본토 고객을 계속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죠. 엘살바도르의 결제 실험과 중국의 규제가 나란히 진행되면서, 코인 사업을 어느 나라에서 어떤 고객에게 제공할지도 더 중요한 조건이 됐어요.

10월, 미국 증권계좌에 비트코인 선물 ETF가 들어왔어요

10월 19일, 프로셰어즈의 비트코인 스트래티지 ETF가 미국 시장에 상장했어요. 종목코드는 BITO였어요. 미국 최초의 비트코인 선물 ETF로, 투자자는 기존 증권계좌에서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게 됐죠. 별도의 코인 거래소 계정이나 개인 지갑을 만드는 과정 없이 비트코인 가격 움직임에 투자하는 통로가 생긴 거예요.

BITO 상장 당일 보도, 2021.10.19. CNBC.

ETF는 여러 자산이나 계약을 담은 펀드의 지분을 거래소에서 매매하는 상품이에요. BITO가 주로 담은 것은 비트코인 선물 계약이었어요. 선물은 미래의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정산할 가격을 미리 거래하는 계약이에요. BITO는 비트코인을 직접 사서 보관하는 현물 ETF와 구조가 달랐어요.

선물에는 만기가 있어요. 펀드가 투자를 계속하려면 만기가 가까운 계약을 정리하고 다음 만기의 계약으로 갈아타야 하죠. 이 과정을 롤오버라고 해요. 만기별 계약 가격의 차이와 운용 비용 때문에, 비트코인 현물 가격이 오른 비율과 ETF 투자자의 수익률이 정확히 일치하지 않을 수 있어요. SEC와 CFTC의 투자자 교육 부서도 2021년 6월 안내문에서 이 차이를 설명했습니다.

앞서 테슬라가 자기 회사 돈으로 비트코인을 샀다면, 이번에는 자산운용사가 투자자에게 상품을 제공했어요. 개인과 기관 고객이 증권계좌를 통해 참여하고, 운용사는 선물 포지션을 관리하는 방식이죠. 코인을 보관할 지갑이나 거래소를 직접 정하기 어려웠던 투자자에게도 익숙한 투자 창구가 생겼습니다.

참여자가 늘어나는 모습도 점점 다양해졌어요. 채굴업체는 전력과 시설에 투자했고, 기업은 재무자산으로 비트코인을 보유했어요. 엘살바도르는 결제 제도를 만들었고, 운용사는 금융상품을 내놓았죠. 모두 같은 의미의 ‘기관 매수’로 묶기에는 실제 하는 일이 달랐어요. 특히 선물 ETF의 거래대금을 그대로 비트코인 현물 매입액으로 계산할 수는 없어요.

두 번째 고점 옆에는 NFT와 메타버스도 있었어요

비트코인은 10월에 봄의 고점을 넘어섰고, 11월 10일 Coinbase Exchange 장중 고가 69,000달러를 기록했어요. 7월에 3만 달러 아래 종가를 봤던 시장이 넉 달도 지나지 않아 새로운 최고가에 도달한 거예요. 여름 저점에서 산 투자자와 봄 고점에서 버텨 온 투자자가 모두 주목할 만한 구간이었죠.

2021년 하반기 비트코인 일별 종가. 11월 10일 장중 고가 69,000달러와 연말 종가 46,211달러를 구분해 표시했다.
BTC–USD·UTC 일별 종가. 11월 장중 고가는 별도 표시.

그 무렵 코인에 관심을 갖는 입구는 비트코인 매매만이 아니었어요. 디지털 수집품인 NFT, 게임 안에서 사용하는 토큰, 가상공간의 자산도 관심을 끌었어요. NFT는 블록체인에서 각각을 구별할 수 있는 토큰으로, 디지털 작품이나 게임 아이템 등을 거래하는 데 쓰였죠. 비자도 2021년 당시 자료에서 NFT를 수집가와 창작자가 만나는 새로운 상거래 방식으로 다뤘어요.

10월 28일에는 페이스북이 회사 이름을 메타(Meta)로 바꾸고 메타버스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어요. 온라인 가상공간에서 일하고 놀고 물건을 거래한다는 구상이 큰 기술기업의 전략으로 등장한 거죠. 코인 시장의 NFT·가상세계 프로젝트들도 이런 흐름과 함께 주목받았어요. 메타의 발표 자체가 개별 코인 프로젝트와의 제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어요.

은행과 증권사를 거치는 투자상품이 늘어나는 한편, 개인들은 게임과 수집품을 통해 시장에 들어오고 있었어요. 코인을 찾는 이유가 가격 상승 기대, 결제, 콘텐츠 소유, 게임 참여로 넓어진 시기였죠. NFT와 디파이의 세부 구조는 별도 섹터 글에서 이어가고, 이 시기에는 투자 열기가 여러 분야로 퍼졌다는 흐름을 남겨둘게요.

물가가 오르자 연준도 지원을 줄이기 시작했어요

11월 최고가가 나왔을 때 미국에서는 물가가 더 빠르게 오르고 있었어요. 11월 10일 발표된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2%, 12월 10일 공개된 11월 상승률은 6.8%였어요. 모두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한 수치예요. 휘발유와 식료품, 주거비 같은 생활비 부담이 커지고 있었죠.

미국 CPI-U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 2021년 9월 5.4%, 10월 6.2%, 11월 6.8%. 각각 10월 13일, 11월 10일, 12월 10일 발표.
미국 소비자물가와 발표일, BLS·전년 동월 대비·비계절조정.

연준은 11월 3일 채권 매입을 줄이겠다고 발표했어요. 기존에는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합쳐 매달 1,200억 달러씩 더 사들이고 있었는데, 이 매입 속도를 매달 150억 달러씩 낮추기로 한 거예요. 이렇게 새로 사들이는 규모를 줄이는 것을 테이퍼링이라고 불러요. 11월 매입 규모는 1,050억 달러, 12월은 900억 달러로 줄어드는 일정이었죠.

이 단계에서는 연준의 보유 채권이 계속 늘고 있었어요. 늘어나는 속도를 늦춘 것이고, 가진 채권의 총량을 줄이는 양적긴축(QT)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어요. 기준금리도 0~0.25%에 머물렀죠. 코로나 충격 때 펼친 지원을 언제 어떻게 거둬들일지가 구체적인 일정으로 나오기 시작한 셈이에요.

12월 15일에는 축소 속도를 두 배로 높였어요. 순매입 규모를 매달 300억 달러씩 줄이고, 2022년 1월에는 국채 400억 달러와 MBS 200억 달러를 사들이겠다는 계획을 내놨죠. 물가가 높은 상태로 이어지는 가운데 지원을 더 빨리 줄이기로 한 거예요.

같이 공개된 경제전망에서는 정책위원들이 예상한 2022년 말 기준금리 중간값이 0.9%였어요. 당시 수준에서 0.25%포인트씩 세 차례 인상하는 경로에 해당했죠. 위원 개개인의 전망을 모은 자료여서 확정된 인상 약속은 아니었지만, 다음 해 금리 인상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은 확인할 수 있었어요.

투자자는 금리가 실제로 오르는 날까지 기다려서만 움직이지 않아요. 앞으로 돈을 빌리는 비용이 높아지고 안전한 자산에서 받을 이자가 늘어날 것 같으면, 지금 보유한 자산의 비중부터 조정할 수 있어요. 빚을 이용한 투자 규모를 줄이거나, 현금을 더 남겨두는 식이죠. 코인 투자자에게도 연준 회의와 미국 물가 발표가 매수·매도 판단에 함께 들어오는 이유예요.

6만 9천 달러에서 시작해 맞이한 연말

비트코인은 11월 최고가 이후 하락했고, 12월 31일 Coinbase Exchange의 UTC 종가는 약 4만 6,211달러였어요. 11월 10일 장중 고가와 비교하면 약 33% 낮은 가격이에요. 여름보다 높은 수준으로 한 해를 마쳤지만, 최고가 부근에서 들어온 투자자에게는 두 달도 안 돼 큰 손실이 남았죠.

연준의 정책 전환과 하락 시기는 겹쳐요. 다만 11월 3일 테이퍼링 발표 뒤에도 비트코인은 10일에 최고가를 기록했어요. 가격에는 정책 전망뿐 아니라 ETF를 둘러싼 기대, 매수·매도 수요와 포지션 정리도 함께 반영됩니다. 이 기간의 차트만으로 연준이 하락분의 얼마를 만들었는지 계산할 수는 없어요.

2021년 말에는 코인 시장을 바라보는 화면이 많아졌어요. 개인 거래소의 가격창 옆에 상장기업의 공시, 국가의 결제 정책, 증권계좌의 ETF가 놓였죠. 미국의 물가와 금리 전망도 같은 화면에 들어왔고요. 2022년에는 실제 금리 인상과 함께, 코인 시장 안에 쌓인 대출과 담보의 연결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르게 됩니다.


다음 편: 코인 역사 6-1부|제로금리의 끝과 테라·루나 붕괴

이전 편: 코인 역사 5-1부|게임스탑의 열기에서 비트코인 급락까지

코인 역사 연재 목차

참고 자료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