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18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지니어스법(GENIUS Act)에 서명했어요. 달러와 같은 가치를 유지하도록 만든 결제용 스테이블코인에 미국 연방 차원의 제도적 틀이 생긴 날입니다.
몇 주 전인 6월에는 USDC 발행사 서클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죠. 코인을 거래할 때 잠깐 보관하던 ‘달러 역할의 토큰’이 상장기업의 수익원이자 미국의 금융정책 의제로 올라왔어요.
그 뒤에는 미국 국채가 있습니다. 이용자가 스테이블코인을 받으려고 낸 달러 가운데 일부는 발행사의 준비금을 거쳐 국채로 들어가요. 이번 편에서는 이 돈의 흐름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2019년 리브라·디엠에서 남겨뒀던 화폐 이야기도 여기서 이어져요.
2019년 리브라가 부딪혔던 문제
페이스북이 처음 발표한 리브라는 여러 나라 통화로 구성한 준비금을 바탕으로 가치를 유지하려는 구상이었어요. 페이스북의 거대한 이용자망을 타고 국경을 넘나드는 결제 수단을 만들겠다는 계획이었죠.
각국 당국에는 통화정책과 금융감독 문제가 함께 걸려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자국 통화 대신 민간 기업이 설계한 화폐를 널리 쓰기 시작할 수 있었으니까요. 당시 연준 이사였던 레이얼 브레이너드도 소비자 보호, 자금세탁 방지, 금융안정과 통화주권 문제를 짚었어요.
이후 이름을 바꾼 디엠은 미국 달러에 연동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좁혔습니다. 2021년에는 실버게이트 은행을 디엠 USD의 발행사로 삼겠다고 발표했지만, 2022년 1월 관련 기술과 자산이 실버게이트에 매각됐어요.
2025년 미국이 제도화하려던 결제용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의 단위를 그대로 사용합니다. 1개를 1달러에 맞추고, 돌려줄 달러를 어떻게 확보할지 규칙을 만드는 방식이에요. 리브라 때 제기됐던 감독 문제는 남아 있었지만, 미국 정부는 여기에 달러 사용을 넓힐 기회도 있다고 봤습니다.
내가 바꾼 달러는 어디에 보관될까
달러 담보형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과정을 간단한 예로 보죠. 발행사와 직접 거래할 자격을 갖춘 고객이 100달러를 보내면 발행사는 100개의 토큰을 발행합니다. 받은 돈은 나중에 상환 요청이 들어왔을 때 지급할 준비금으로 관리해요.
고객이 토큰을 돌려주고 달러를 찾는 과정이 상환입니다. 반환된 토큰은 소각해 유통량에서 빼고, 준비금에서 달러를 지급해요. 실제로는 고객 심사와 수수료, 처리 시간 같은 조건이 붙습니다.
거래소에서 다른 사람이 갖고 있던 USDT나 USDC를 사는 거래는 이 과정과 별개예요. 이미 발행된 토큰의 주인만 바뀔 수 있죠. 거래량이 100억 달러 늘었다고 준비금에도 100억 달러가 새로 들어오는 구조는 아닙니다.
준비금은 모두 금고 속 현금으로 묶여 있지 않아요. 은행 예금이나 만기가 짧은 미국 국채, 이런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 등으로 보관할 수 있습니다. 발행사마다 구성과 관리 방식은 다르고요.
국채는 정부가 돈을 빌리면서 발행하는 증서예요. 그중 미국 단기국채인 T-bill은 보통 액면금액보다 싸게 사서 만기에 액면금액을 받는 식으로 수익이 생깁니다. 100달러짜리를 더 낮은 가격에 사두고, 만기에 100달러를 받는 원리죠.
발행사에는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상환 요청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묶이는 자산보다 만기가 짧고 현금화하기 쉬운 자산이 준비금에 잘 맞아요. 현금으로 돌려줄 여유를 확보하면서 이자수입도 얻을 수 있으니까요.
6월, USDC 발행사가 주식시장에 들어오다
서클은 2025년 6월 5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CRCL이라는 종목코드로 거래를 시작했어요. 공모가는 주당 31달러였습니다. USDC를 발행하는 기업의 주식을 일반 주식계좌에서도 살 수 있게 된 거죠.
USDC 한 개는 1달러 가치를 유지하는 게 목표입니다. 서클 주식은 회사의 성장과 이익에 대한 기대에 따라 가격이 움직여요. 같은 회사와 관련돼 있어도 토큰을 쓰는 사람과 회사 주주가 얻는 권리는 다릅니다.
서클은 당시 준비금을 은행 현금과 서클 리저브 펀드로 관리했어요. 준비금에서 나오는 수익은 발행사 사업의 핵심이었습니다. 준비금 규모와 운용 수익률이 함께 회사 매출에 영향을 줬죠.
그래프에서 서클의 준비금 수익률은 미국의 단기금리와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였어요. 2024년 2분기에는 연율 5.17%, 2025년 2분기에는 4.14%였습니다. 이 숫자는 회사가 준비금에서 얻은 수익률이고, USDC를 지갑에 넣어둔 사람에게 자동으로 지급되는 이자는 아니에요.
뒤이어 8월 12일 공개한 2분기 실적에서 서클은 준비금 수입을 6억 3,400만 달러로 발표했습니다. 전년 같은 분기보다 50% 늘어난 금액이에요. 준비금 수익률은 낮아졌지만, 평균 USDC 유통량이 86% 늘면서 수입이 증가했습니다.
그 수입이 전부 순이익으로 남지는 않아요. 코인베이스 같은 유통 파트너와 나누는 몫, 거래 관련 비용, 직원과 시스템을 운영하는 비용이 따로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을 얼마나 널리 쓰게 만드는지도 발행사의 사업 성과에 연결돼요.
연준은 7월 30일에도 정책금리 목표범위를 4.25~4.50%로 유지했습니다. 정책금리와 단기국채 수익률은 서로 같은 숫자가 아니지만, 발행사의 수입을 이해하려면 미국 금리 환경을 함께 봐야 했어요. 코인 기업의 실적 안에 단기금융시장이 깊숙이 들어와 있던 셈입니다.
7월 18일, 지니어스법은 무엇을 정했나
지니어스법은 결제용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를 허가하고 감독하는 연방·주 차원의 경로를 마련했어요. 민간 발행사가 토큰을 발행하되, 준비금과 상환, 정보 공개에 일정한 기준을 적용하는 구조입니다.
법은 유통 중인 결제용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최소 1대1의 준비금을 요구했습니다. 적격 현금·예금, 남은 만기 또는 발행 당시 만기가 93일 이내인 미국 국채, 요건을 충족하는 초단기 환매조건부 거래와 정부형 머니마켓펀드 등이 허용 자산에 포함됐어요. 준비금 전부를 국채로만 채우라는 법은 아닙니다.
발행사는 상환 정책을 공개하고 준비금 내역도 매달 알려야 해요. 자금세탁 방지와 제재 준수 의무도 적용됩니다. 블록체인에서 달러를 주고받는 편리함에, 발행사의 자산과 운영을 확인할 규칙을 붙인 거죠.
서명 당일 모든 세부 제도가 곧바로 시행된 것은 아니었어요. 법 제20조는 제정 후 18개월과 주무 연방 규제기관의 최종 시행규정 발행 후 120일 중 더 빠른 날을 시행 시점으로 정했습니다. 2025년 7월은 법률의 틀이 확정된 시점으로 읽어야 해요.
허가받은 발행사 등이 코인의 보유·사용·보유 유지 자체를 이유로 이자나 수익을 지급하는 것도 금지했습니다. 이 조항의 대상과 별개로, 거래소 보상이나 대출 상품은 지급 주체와 구조를 따로 살펴야 합니다.
미국 정부가 코인의 가치를 보증하거나 예금보험을 제공하는 제도는 아니에요. 준비금 규율과 감독을 도입해도 발행사와 상환 과정의 위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테더는 이미 국채를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었어요
2025년 여름의 국채 연결은 먼 미래의 구상만은 아니었습니다. 테더가 7월 31일 공개한 6월 말 준비금 자료에는 미국 단기국채 직접 보유액이 약 1,055억 달러로 나와요. 준비금 전체는 약 1,626억 달러였습니다.
아래 그림은 그 기준일의 자산 구성을 다시 그린 것입니다. 역레포는 증권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환매조건부 거래이고, MMF는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하는 펀드예요. 이 항목들은 국채를 직접 보유한 금액과 나눠 표시했습니다.
준비금에는 금과 비트코인, 담보대출도 들어 있었어요. ‘달러와 같은 가격을 목표로 한다’는 설명만으로 발행사의 자산 구성을 알 수는 없죠. 테더의 당시 준비금을 지니어스법이 정한 적격 준비금 목록과 그대로 동일시할 수도 없습니다.
이 자료는 특정 기준일의 준비금 보고서에 대한 회계법인의 검증입니다. 회사 전체의 모든 기간과 거래를 살핀 재무제표 감사와는 범위가 달라요. 그래프는 2025년 6월 30일의 자산 구성을 보여줍니다.
미국은 달러 사용과 국채 수요를 함께 기대했다
법이 제정된 날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스테이블코인이 세계적인 달러 접근성을 높이고 미국 국채 수요를 늘릴 수 있다고 밝혔어요. 미국 정부가 이 제도를 추진한 목적 가운데 하나가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해외 이용자가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고, 늘어난 발행량에 맞춰 발행사가 미국 단기국채를 산다고 가정해 보죠. 이용자는 블록체인에서 달러 단위로 결제하고, 발행사는 준비금을 운용하고, 그 과정에서 미국 국채를 사는 자금이 생깁니다. 미국이 직접 만든 디지털화폐가 아니어도 민간 서비스가 달러 사용을 넓힐 수 있어요.
새 수요가 얼마나 생기는지는 돈이 어디에서 왔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미 미국 국채에 투자하던 펀드에서 돈을 빼 스테이블코인을 사고, 발행사가 다시 국채를 사면 보유 주체만 바뀌는 부분이 있겠죠. 발행량 증가분 전체를 미국 국채의 순수한 신규 수요로 더할 수는 없습니다.
법 제정 전인 4월 30일 재무부 차입자문위원회(TBAC)의 검토자료도 은행 예금과 펀드에서 자금이 이동하는 경로를 다뤘어요. 달러 외 통화의 자금이 달러로 들어올 가능성, 은행 예금에 미치는 영향, 상환이 몰릴 때의 금융시장 부담을 함께 검토했습니다. 당시 법안과 여러 가정을 바탕으로 한 분석이었어요.
2020년 마이크로스트래지는 회사 자금으로 비트코인을 샀고, 2024년 현물 ETF는 고객의 투자금을 비트코인 시장으로 연결했습니다. 2025년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이용자의 달러를 상환 준비금으로 관리하면서 미국 단기국채 시장의 큰 참여자가 됐어요. 기관과 기업이 코인 시장에 들어오는 방식이 그만큼 다양해진 겁니다.
2019년 리브라가 던진 ‘민간 기업이 국경을 넘는 화폐를 만들면 누가 관리할까’라는 질문은 2025년의 법과 준비금 규칙으로 이어졌습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성장은 이제 미국 국채, 발행사의 이자수입, 각국의 달러 사용과 함께 읽을 이야기가 됐어요.
이전 편 · 9-1부|2025년 트럼프 취임과 비트코인 전략비축
함께 읽기 · 3부|2019년 리브라 이야기 · 2023년 은행 파산과 USDC의 가격 이탈
다음 편 · 9-3부|2025년 기업들의 비트코인·이더리움 매입
참고 자료
리브라·디엠과 달러 준비금
- 연준 브레이너드 이사 — 리브라와 스테이블코인의 통화·금융안정 쟁점 (2019.12.18)
- Diem — 실버게이트와 미국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 계획 (2021.5.12)
- Silvergate — 디엠 결제망 자산 인수 발표 (2022.1.31)
- 미국 재무부 TreasuryDirect — 단기국채의 만기와 수익 구조
서클·테더 공시와 차트 원자료
- Circle — 공모가와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일정 (2025.6.4)
- NYSE — 서클의 뉴욕증권거래소 첫 거래 안내 (2025.6.5)
- Circle — 2025년 2분기 실적, 준비금 수입과 유통량 (2025.8.12 사후 발표)
- Circle — 2025.8.12 S-1 공시, 준비금 수익률·3개월 국채 금리 표 (인쇄면 75쪽)
- Tether·BDO — 2025.6.30 준비금 구성과 검증 범위 (2025.7.31 승인)